청룡부대 해병대전우들, 베트남 다시 찾다 / 월드코리안뉴스 www.worldkorean.net

양국 불행한 과거역사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장학재단 설립

 

 

8740_9049_144.jpg

 

 

해방이후 6.25를 겪었던 우리 현대사와도 너무나도 흡사하게도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자마자 참혹한 전쟁을 겪어야만 했던 베트남. 그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험한 주인공들이 전쟁의 참혹한 기억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은 채 반세기만에 베트남을 다시 찾았다.

 

 

 

 

 

8740_9053_244.jpg

 

▲ 총알자국 난 전우의 철모를 바라보는 청룡부대원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귀신잡는 해병대’라는 명성을 안겨준 베트남 파병 청룡부대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 지난 1일 베트남 해병대전우회(회장 김일규. 해병 320기) 회원들의 안내를 받아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 흩어져 살던 옛 해병대 전우들과 함께 청룡부대 옛 주둔지였던 꽝남성 호이안(會安)을 방문했다.

 

 

호이안은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약 1,400여 킬로 떨어진 중부 동쪽바다에 위치한 고대도시로 지금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 세계적인 문화휴양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베트남 전 당시만 해도 ‘호이안’이란 이름은 우리 국민들에겐 청룡부대 주둔지로서 더 유명했던 곳이다.

불과 반세기 전 화약내 진동하는 M16 총자루와 수류탄, 심지어는 미군으로부터 받은 ‘크레모어’라 불리는 대인용 살상지뢰 등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들고 찾아온 그들이었지만, 지금 그들의 주름진 손에 들린 것은 주민들과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줄 옷과 학용품, 그리고 과자상자 꾸러미.

귓가에 어느새 하얀 서리가 내린 옛 전우들이 1965년 10월 9일 첫 파병 이래 4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옛 부대 자리의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다행히도 중대본부로 사용하던 건물이 남루하게나마 남아 있었지만, 부대막사건물은 농가창고로 바뀐 지 오래고, 위병소가 있던 자리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반쯤 부서진 채 뼈만 앙상한 콘크리트 벽 속살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뙤약볕 아래, 흙먼지 펄펄 날리던 여단본부 연병장은 일부 텃밭으로 바뀌었지만, 대부분은 이름 모를 잡초들만 바람에 흩날리며 먼 길 온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반세기 만에 이곳을 찾은 이들 초로의 손님들은 자신들의 부대 터를 들러보며 다들 감회에 젖은 듯, 주름 가득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8740_9054_353.jpg

 

▲ 청룡부대

“삼천만의 자랑인 대한 해병대 얼룩무늬 번쩍이며 정글을 간다.
월남의 하늘아래 메아리치던 귀신 잡던 그 기백 총칼에 담고
붉은 무리 무찔러 자유 지키려 삼군에 앞장서서 청룡은 간다“

 

 

위령식 행사중 부른 청룡부대 해병대가의 가사다. 함께 따라 부르는 해병대 전우들의 목소리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히 느껴졌지만, 노래 가사처럼 백전백승 해병대의 기백만은 여전한 듯 했다.

이날 청룡부대소속 해병대 전우회원들은 호이안 디엔반 현의 Nguyen Vn Tam 중학교에서 수백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전우회 회원들이 준비한 의류, 신발, 운동용품도 함께 전달했다. 아이들도 맑은 미소로 대한민국 해병대 전우들을 환영해주었다. 순진하고 해맑은 그들의 웃음 속에선 과거 전쟁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듯, 아니 잊으려 애쓰는 듯 보였다.

 

 

 

8740_9052_231.jpg

 

▲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 참전 청룡부대에 전달한 휘호

그동안 베트남 해병전우회에서는 호이안 베트남재향군인회의 협조 하에 벌써 5년째 장학사업을 해왔다. 처음 장학사업 등 도움을 제안했을 때 한때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었던 사이인지라 베트남쪽 입장에선 결정내리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베트남해병대전우회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지속적인 도움을 주었던 덕에 베트남재향군인들도 이제야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벌써 그사이 교육용 PC도 수십여대 기증했고, 금년에는 해병대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장학사업이 본격화 될 예정이다. 곧 청룡부대 이름을 딴 장학재단(준비위원장 류재묵, 해병229기)을 건립하고, 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태풍지역 집지어주기와 재해복구사업 등 다양한 대민지원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김인식 전 해병대 사령관의 주재로 청룡부대전우들을 위한 합동위령제를 올렸다. 치사를 통해 장학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양국 국민간 과거의 아픈 상처가 다소나마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생사고락을 함께 하다 산하한 옛 전우들의 넋을 위로하고, 전쟁의 와중에 억울하게 죽어간 200만 베트남 민간인들의 넋도 함께 기렸다. 베트남 해병대전우회 정종열 전우(해병 185기)에게는 공로패를 전달, 그동안의 공로를 치하했다.

 

 

 

8740_9051_211.jpg

 

▲ 청룡부대 본부 전경 (청룡부대전우회 제공)

최근 들어 베트남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베트남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역사의식도 높아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과거 베트남전 망자에 대한 전통적인 의례를 되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전통 속에서 심지어 적이었던 한국군들의 넋을 추모하는 것은 포함되었다고 한다.

 

 

변화는 전쟁이 끝나고 한 세대가 흐른 뒤 찾아왔다.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했고, 한국과의 경제교류도 매우 활성화되었다. 이미 수만명의 베트남인들이 해외산업인력으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들의 국제결혼도 보편화된 지 오래다. 문화적으로도 인종적으로도 우리는 베트남사람들과 참 많이 닮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중 유일하게 우리처럼 몽골반점을 갖고 있다. 태고 적 중앙아시아 어느 평원에서 작별했던 같은 핏줄, 형제임에 틀림이 없다. 양국은 과거사의 멍에에 얽매이기에는 너무나도 특별한 관계다.

아무쪼록 베트남 해병대전우회를 비롯한 옛 참전 용사들의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과거 아픈 역사를 잊고, 다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큰 결실을 맺기를 고대해본다.
 

 

  8740_9050_24.jpg  
 
  8740_9048_133.jpg  
 

 

 


TAG •

  1. 후배들 구하려 다시 뛰어든… '의인' 해병대 출신 선배의 죽음

    부산외대 4학년 양성호씨… 평소 의협심 남달랐던 효자 애완견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양성호씨. /양성호씨 친구 제공 다.양씨는 해병대로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 미얀마어과 학회장을 맡을 정도로 학교생활에 적극적이었다. 후배들은 "이번 사고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선배는 평소 의협심이 강해 약자를 보면 그냥...
    Date2014.02.19 By운영자 Views4001
    Read More
  2.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를 가다 ③ - 자격강하와 낙하산포장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를 가다 마지막편입니다. 먼저 날아라 마린보이에 포스팅하고 있는 기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를 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욱 더 좋은 기사와 사진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를 취재하며 공수기본교육 제193차 교육생들의 자격강하를...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3846
    Read More
  3.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를 가다 ②

    "최강공정육성"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를 가다 ① 편에 이어 제40차 강하조장교육과 제193차 공수기본교육중 모형탑과 공중동작등의 훈련과정을 계속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강하조장교육장면 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강하조장교육은 항공기탑승전 강하자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투하할 각종 화물을 ...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5423
    Read More
  4.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를 가다 ①

    만연한 봄기운을 느끼며 찾은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교육대에서는 제193차 해병대 공수 기본교육과 강하조장교육이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해병대 공수교육은 입체적 상륙군투사를 통한 초수평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공지기동해병대의 공정부대원들은 누구나 거쳐야 할 필수적인 교육중의 하나입니다. 해병대 공수기본...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5202
    Read More
  5.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해병대의 얼굴, 해병대사령부 의장대

    절도있고 패기넘치는 멋진시범을 보이는 의장대원들! 국가 경축 행사나 국빈 방문 행사에서 기수와 의장 사열 등의 의식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된 부대인 의장대는 최근에는 군관련 행사는 물론 각지역의 축제 및 행사에도 참가하여 의장시범을 보이며 국민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각 군과 사령부에 많은 의장대가 있지...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5097
    Read More
  6.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해병대 유격훈련의 요람, 벽암지를 가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장 힘이 들었던 훈련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유격훈련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기억에 생생하고, 해병대원들이라면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벽암지 유격교육대입니다. 이미 소개해 드린 수색교육 지옥주를 취재중 벽암...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4261
    Read More
  7.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피할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 - 해병대수색교육 지옥주

    해병대특수수색대! 해병대 특수수색대는 전시 해상·공중을 통해 적 내부 깊숙이 침투해 주요 목표를 타격하고 아군의 폭격을 유도하는 등의 적지 종심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서 특히 수색대원이 되기위해 받아야 하는 실전과 같은 고난도 훈련과 상상을 뛰어넘는 체력단련으로 명성이 자자한 부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해병...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4312
    Read More
  8. 임영식기자의 해병을 말하다 - 지옥에서 살아오라! - 해병대수색교육 지옥주

    해병대수색교육 77차 지옥주훈련 2일차훈련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간에 조항산 고지정복훈련을 마친 수색교육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포항제철소가 바라다 보이는 형산강변에 집결해 있습니다. 금일 오전 교육생들이 해야 할 훈련은 바로 직립다이빙훈련입니다. 내려가 보니 쌀쌀한 날씨인데 낚시를 나오신 어르신도 계시네...
    Date2014.02.11 By운영자 Views5185
    Read More
  9. 월남전의 영웅 이인호소령

    바다의 사나이 - 영원한 해병 / 월남전 영웅 이 인 호 소령 적 수류탄 덮쳐 부하들 살리고 산화 본지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국군 장병들 중 태극·을지무공훈장 등 주요 훈장을 수훈한 영웅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을 연재한다. 시리즈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이 선배 장병...
    Date2014.02.10 By운영자 Views4776
    Read More
  10. 전쟁 영화 만들다 구속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이만희 감독

    1963년 4월 개봉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한국 전쟁영화 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등이 출연했던 영화는 실탄 사격 등 당시 특수효과 수준으로서는 놀랄 만큼 사실적인 전투 신으로 화제가 됐다. 20만 명이라는 대규모 관객을 동원해 그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판에 박힌 반공영화가 판을 ...
    Date2014.02.06 By운영자 Views3084
    Read More
  11. 질 수 없다 해병이니까!

    [고경태의 1968년 그날] ③ 해병학교 출신 최영언이 공군비행 학교 습격에 가담하고 베트남에 파병되기까지 프로펠러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최영언(25) 중위는 한 손으로 귀를 막고, 또 한 손으로 더플백을 고쳐잡았다. 선글라스를 쓴 미군 조종사가 타라는 손짓을 했다. 뒷문이 스르르 열렸다. 달랑 혼자였다. 내부엔 ...
    Date2014.01.06 By운영자 Views4260
    Read More
  12. 제3대 국회 해병대전우회장 이우현의원을 만나다

    제3대 국회 해병대전우회장 이우현의원을 만나다 / 해병대지 50호 대위 장유진
    Date2013.12.12 By운영자 Views7433
    Read More
  13. “전면전 각오… 필승 일념밖엔 없었다”

    참전장병 인터뷰- 해병대사령부 상황장교 김 정 수 대위 중대원들 포연탄우 속에서도 서로 챙겨 연락 끊긴 포반 생사 모르자‘ 복수’ 불타 ▲포7중대 필사즉생 각오로 승리 “검은 연기에 휩싸인 포반에서 ‘사격준비 끝’ 보고를 했을 때, 포반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습니다.” 해병대사령부 상황장교 ...
    Date2013.11.24 By운영자 Views2480
    Read More
  14. 인성교육을 향한 열정, 해병대교훈단 임종수원사!

    인성교육을 향한 열정, 해병대교훈단 임종수원사! / 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 임영식기자 해병대부사관 135기로 입대한 임종수원사, 해병대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까지 다 겪은 23년차 현역 해병부사관이 위덕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걷는 해병으로 많은 표창과 격려를 받은 그였지만 정작 휘하...
    Date2013.09.12 By운영자 Views7237
    Read More
  15. 해병대가 있는 한 서부전선 이상없다!

    해병대가 지키는 서부전선 000중대를 취재했습니다. 서부전선 최전방인 김포와 강화도를 비롯하여 유무인도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해병대 청룡부대, 강 하나를 사이에두고 적과 직접 대치하고 있어 한시의 긴장도 풀 수 없는 곳의 해병대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국민에게는 신뢰의 대상이자 적에게는 공포의 대...
    Date2013.07.02 By운영자 Views376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2 Next
/ 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