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린(시인, 전 해병대사령관) 

임종린.jpg   우리국민 그 누구도 죽음 앞에서는 자신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거나 입었던 사람들에게는 헌신해 왔던 천직의식이 값어치를 샘할 수 없을 정도로 영광의 길임을 알고 있다.

  애국, 충성, 의무, 책임, 명예, 용기! 이 같은 단어들은 조국을 지키는 책무의 밑거름이 되어 왔으며 군인의 성스러운 길을 밝혀 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조국을 지키는 숭고한 사명을 시적 미사어구로나 걸출한 단어를 써서 표현하기 어렵고 그렇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치들이 이룩한 결과는 전투에서 승리 함으로서 형성되고 국방의 수호신으로서의 기틀을 짜준다.

  3년 동안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6.25전쟁을 치르며 수많은 싸움터에서 따가운 뙤약볕아래서, 살을 애는 추위 속에서, 야영지의 모닥불 옆에서, 강인한 불굴의 감투정신, 애국심으로 불타는 희생정신, 꺾일 줄 모르는 인내심과 결단력을 키워왔다. 젊은 전후 세대들은 그러한 군인상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조국의 산야를 누비며 용맹스럽게 전승의 기세를 유지하며 땀과 눈물과 피를 쏟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온 주인공은 6.25참전 용사들임에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우리국민들은 참전용사들의 고마움을 알아야 하고 그들이 외친 조국애의 절규, 그들이 목 놓아 불렀던 군가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전우의 시체를 넘고 앞으로 돌진했던 국군의 용감성을 인정해야 한다. 계속되는 행군의 피로로 흠뻑 젖은 배낭의 무게에 짓눌리며 밤새껏 걸어야 했고 여명의 빛이 밝아올 때까지 포연으로 얼룩진 고지에서 추위에 떨며 공격신호를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돌격 앞으로! 그들 중 많은 젊은이들은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 그들이 얼마나 영광스럽게 이세상을 떠났는지 전후 세대들은 알아야 하며 참전용사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승리의 신념을 안고 조국의 영광을 기원하며 쓰러져 갔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피와 땀과 눈물이 따랐으며 참호 속의 악취를 맡으며 작열하는 폭염 속에서, 몰아치는 폭풍우의 억수 같은 빗줄기 아래서, 인적이 끊어진 숲 속에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향수의 아픔을 삼키며 전쟁터를 휩쓸고 간 폐허의 공포 속에서 견뎌야 했다.

6.25전쟁이 남긴 상처는 아직도 다 아물지 않았다. 부모형제와 생이별한 1천만 이산가족과 4만 2천여 명에 이른 전몰유가족, 3만여 명의 상이용사들이 통한의 아픔을 안고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으며 14만여 명에 이르는 전사자들의 유해 또한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럽고 가슴 아픈 일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6.25전쟁에 대한 기억을 애써 지우려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끝나지 않은 전쟁을 끝난 전쟁으로 착각하고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도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전교조 교사들은 천진난만한 어린 학생들에게 6.25전쟁이 남침이 아닌 북침으로, 민족통일전쟁으로 잘못 가르치고 있다. 특히 국민의 75%가 전쟁의 실상을 모르고 절대빈곤을 겪지 못한 전후 세대들이며 정부고위층에 있거나 정치권의 중요인사 중 많은 사람들이 군복무도 마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늘(6월3일) 우리해군사관학교16기동기생들과 같이 동작동국립 현충원을 둘러 조국을 위해 숨져간 호국영령들에게 참배하며 6.25전쟁 61주년을 맞아 이 전쟁이 무엇인가를 재조명하고 우리에게 준 교훈이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문제는 우리국민들의 안보의식 부족이다. 세상이 아무리 평안하더라도 전쟁을 잊고 있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지 않는가. 바로 61년 전 6.25전쟁이 남겨준 뼈저린 교훈은 제2 6.25를 막기 위한 역사적 가르침이다.

  지금도 참전용사들은 잠이 들면 꿈 속에서 고막이 찢어 질듯한 총성과 총신의 덜그럭거리는 소리, 이상하고 구슬픈 전장의 공포심이 귓전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우리민족에게 하느님이 내려 주신 큰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맥아더장군의 전략으로 실시한 9.15인천상륙작전과 적 치하90일만에 수도서울을 탈환한 9.28 중앙청 태극기 게양식에서 이승만대통령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수도탈환을 기뻐하던 말씀을 오늘을 살아가는 후세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 반세기 세월은 흘렀지만 수도탈환의 한. 미 해병대전공은 영혼마저 놀라게 한 쾌거였다. 그런데 배은망덕한 일부 국민들의 망동에 소름이 끼친다. 맥아더장군 동상을 무너뜨리자는 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은혜를 모르는 민족이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기가 막힌다. 

 천안함 폭침은 겨우 15개월, 연평도 포격은 7개월이 지났는데 벌써 우리는 잊고 있다. 여의도정치인들은 여야가 싸우고 일부 단체는 UN에 끝난 조사를 다시 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으니 그들은 누구를 위해 살아가며 산화한 46명의 해군용사들과 2명의 해병용사에게 미안하지도 않는가?

  참혹한 전쟁의 폐허 위에 피땀 흘려 이룩한 경제발전과 자유를 마음껏 향유하면서 북한을 찬양하고 사회주의체제를 미화하며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세칭 지성인들과 일부 언론인이 있다. 그리고 사회 각층에 깊숙이 파고들어간 종북좌파 세력들이 우리사회를 분열시키고 국가안보의식을 흐리게 하는 이념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과연 이들 세력을 무너뜨리지 않고 우리는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심히 의심스럽기만 하다.        

  다시는 이 땅에, 다시는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 6.25전쟁은 우리역사의 단면으로 우리와 같이 살아온 우리민족의 최대비극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호국정신을 함양해야 하고 국방력을 튼튼히 유지하는 국가정책을 세워야 한다. 잊지 말고 61년 전 6월의 그날 기억하자. 우리모두 6월의 뙤약볕을 피하지 말고 먼저가신 참전용사들의 침묵 앞에 고개 숙이며 명복을 빌자.  

 (limrokmc@hanmail.net) 2011.6.3 동작동 현충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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