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시설 새로 교체… 상흔 일부 간직 K-9·벌컨포 배치 등 전력 대폭 강화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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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남아 있는 북한의 기습포격 피해 현장. 연평도 포격전 전승기념관(위). 7중대 포상(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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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가상 표적을 향해 벌컨포 사격을 하고 있다. 부대는
북한의 저공침투 상황에 대비한 벌컨포 사격 훈련 등을 불시에 전개하며 대비태
세를 강화하고 있다. 연평도=정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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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중대장이었던 김정수 대위가 적 포탄 공격을 받았던 K-9 진지에서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연평도=정의훈 기자

북한 땅은 가까웠다. 눈앞에 보이는 석도까지는 불과 3㎞. 북방한계선(NLL) 너머 갈도ㆍ장재도 등의 섬을 지나 어렴풋이 보이는 옹진반도의 개머리진지도 15㎞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육지처럼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없어 더 가까워 보였다. 이른바 ‘총부리를 맞댄’ 최적접지역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거리였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과 3시 12분 두 차례에 걸쳐 이곳 연평도에 기습적인 포격도발을 자행했다. 그리고 날아온 포탄에 맞은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 섬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300채 가까운 민가가 전부 혹은 일부 파괴됐으며 우리 군도 인적ㆍ물적 손상을 입었다. 그리고 국민들로 하여금 안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이 포격도발을 자행한 지 1년을 며칠 앞두고 연평도를 찾았다.

 포탄이 날아들던 그날 마냥 찬바람이 귓전을 스치던 지난 15일. 헬기에서 내리자 연평도 포격전 전승기념관이 맞이한다. 당시 이발관이었던 곳이다. 입구에 서니 유리 너머로 바로 정면에 화장실이 보인다. 화장실을 왜 이런 곳에 설치했을까? 안에 들어가니 궁금증이 풀린다. 화장실 천장에 철근이 가닥 가닥 모습을 드러낸 직경 1.5m가량의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던 것. 북한의 기습포격이 남긴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이다. 기념관 안에는 이것 말고도 북한의 122㎜ 방사포탄 추진체와 신관을 비롯한 파편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간의 세월을 말하기라도 하듯 연평도에서 이 같은 당시의 흔적은 많이 사라졌다. 포탄에 부서졌던 가로등을 비롯해 각종 시설들이 말끔히 고쳐졌고, 파괴되고 불탄 자리에는 신식 자재로 지은 새 집들이 자리 잡았다. 포격으로 불탔던 연평면사무소 옆 숲에는 새로 심은 어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해병부대를 둘러싼 주변 산야에서도 인공조림공사가 한창이었다. 깨진 아파트 창문들 역시 모두 새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외견상 그날의 아픔을 극복하고 일상의 평온으로 돌아온 듯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이야기해 보면 내면에는 포격의 상흔이 남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지금도 잠을 잘 못자거나 큰 소리만 나면 놀라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아직도 그날의 상처가 완치되지 않았음을 말해줬다.

 그리고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는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몇몇 곳은 학생 견학 시 안보교육 등의 목적으로 일부러 복구하지 않고 남겨뒀다”고 연평면 산업팀 담당자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흔적 중 하나가 포 7중대다. 이곳에는 적의 기습포격 흔적과 함께 불과 13분 만에 대응 사격한 해병대 장병들의 투혼이 남아 있다.

현장에서는 K-9 자주포 한 대가 포신을 길게 드리운 채 한껏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구동케이블 손상에도 불구하고 수동으로 전환해 대응 사격한 3포다. 포탑에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부대 포격전투에 참여한 K-9 자주포로 대한민국 국토를 사수한 장비임’이라는 문구가 새긴 자랑스러운 엠블럼이 부착돼 있다. 자주포 옆면에는 당시의 흔적인 듯 검게 그을린 자국도 남아 있다.

 치열한 격전을 증명해 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 m 높이의 진지(포상)는 곰보투성이었다. 파편으로 인한 상처다. 소위 계급장만 크기의 1000여 개의 파편이 만들어낸 흔적. 놀라운 것은 이 모두가 단 한 발의 위력이라고 한다.

 김정수 대위는 “포탄 소리가 마치 공룡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그리고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하지만 포격 당시보다는 그 이후 16일간 포상에서 비상대기할 때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여기 있는 대원들 모두 밖에서 떨면서 계속해서 포에서 대기했습니다. 적의 도발이 언제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같이 포 안에서 잤고, 전투식량을 먹으면서 지냈습니다. 다만 야속했던 것은 ‘13분 후에 대응’이라는 논란이었죠. 우리 중대 입장에서는 억울함도 있었고, 따라서 ‘한 번만 더 건드려라. 이번에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이런 이유로 추위 속에서도 잘 견뎌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근무했던 중대 부대원은 모두 96명. 대부분이 전역·전출하고 현재 15명 만 남아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분(忿)해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4포 장병들이다. 포격으로 인한 손상 때문에 끝내 대응사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포반장 김상혁(33) 중사는 “우리 포만 사격을 못해 억울했고, 포병의 의무를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안타까웠고, 중대에 우리들이 누가 되지 않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당시 장병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추가 도발이 발생하면 우리들이 가장 먼저 사격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당시 비상 대기 상태에서 북한이 도발했다면 2~3분, 지금도 5분 이내면 사격이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장병들의 분위기는 더욱 강인해지고 돈독해졌다. 부상당했던 장병 8명 중 5명이 다른 부대로 전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대로 원복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당시 겪었던 일들을 후임병들에게 얘기하면 눈빛이 달라지며 나도 한 명의 구성원이 됐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한다.

 양쪽 볼과 사타구니, 그리고 왼쪽 무릎에 파편상을 입었던 이한(21) 병장은 그 일을 겪은 후 장병들 사이가 더 끈끈해지고 자신감에 차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번 죽다 살았는데 다음에는 쉽게 안 죽을 것 같고. 덤으로 얻은 목숨.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해병대이기 때문에 포격을 받아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아들을 낳으면 해병대에 보내겠다고 변함없는 해병대 사랑을 보였다.

 현재 연평도를 비롯한 서북도서는 한창 공사 중이다. 차량이 쉽게 지나도록 도로도 새로 정비했고 진지ㆍ교통로 유개화(지붕을 덮음) 사업도 한창이다.

포격 당시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던 포상의 타이어는 작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지 않는 소재로 바뀌었다. 그동안 운영됐던 의용소방대는 4월께 소방대로 변했다. 내년까지 1단계 핵심전투시설에 대한 요새화 작업을 마친 뒤 13년부터 오는 15년까지 2단계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각종 공사로 근로자들이 들어와 건설 경기는 좋다”면서 “식당과 민박 예약이 다 찼다”고 전했다.

 지난 6월에는 이 일대 작전을 지휘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창설됐다. 전차와 다연장로켓, 신형 대포병레이더 등이 전환 배치됐다.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차, 공격헬기, 고성능영상감시체계도 배치를 마쳤다. 전술비행선과 정밀타격유도무기도 내년까지 도입될 예정이다. 도발 시 즉각 응징하기 위한 전력이 크게 보강되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황해도 강령군 해안가에 포진지 수십 곳을 추가로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포격도발의 원점인 개머리진지가 있는 곳이다.

 NLL을 지척에 둔 연평도의 긴장상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의 저공 침투 상황에 대비한 벌컨포 사격 훈련 등 기습침투 상황을 가정한 조치훈련이 불시에 이뤄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문득 부대에 들어갔을 때 생활관 곳곳에 붙어있는 표어가 떠오르며 가슴에 와닿는다. ‘해병대가 있는 한 서북도서 이상없다’. <국방일보 연평도 이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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