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동기들아 / 국방일보 2012.04.18

 

39841.jpg

이동후 일병
해병대교육훈련단 본부대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눈을 감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을 떠올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해가 저물어 가는 오후를 떠올릴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동기들과 함께한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지난해 9월의 하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연일 계속되는 혹독한 훈련 중에 올려다본 포항의 가을 하늘은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를 설레게 했다. 꿀맛 같은 5분간의 휴식시간에도 옆 동기의 수통에 담긴 물을 나눠 마시며 하늘을 쳐다보고 ‘와와’ 하며 기뻐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주저앉고만 싶던 완전무장 행군 중에도 우리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수없이 많은 별들에 감탄했고,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인생 최고의 순간을 공유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우리는 늠름한 해병이 됐고, 각자 배치받은 실무지로 떠가기 전날 밤은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며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자 절대 울지 않으리라 했던 녀석들도 막상 동기들이 떠나는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했다. 그렇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포항에 남아 실무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다 돼 가는 요즘, 봄이 왔는지 눈부신 햇살에 비친 구름이 참 오랜만이다. 동기들과 함께 쳐다봤던 그 하늘을 이제는 혼자 올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참 아름다운 포항 하늘이지만 괜히 그 때문인지 요즘 동기들이 더 보고 싶다.

각자 김포·백령도·연평도에서 해병으로 열심히 복무하고 있을 동기들을 생각하면 그 짧은 6개월 동안 어떻게 변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우리 해병1149기 동기들에게 포항 하늘을 편지에 담아 보내고 싶다. 내 편지를 받고 잠시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동기들아 보고 싶다.



  1. 인생 최고의 순간 공유한 멋진 동기

    보고싶다 동기들아 / 국방일보 2012.04.18 이동후 일병 해병대교육훈련단 본부대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눈을 감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을 떠올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
    Date2012.04.17 Views4682
    Read More
  2. 체력에 대한 군인의 자세

    강병택해병대 / 원사·국방부 운영지원과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맘때가 되면 군인과 군무원들은 바빠진다. 바로 체력검정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특히, 군무원과 달리 체력검정이 진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군인들은 엄...
    Date2012.04.02 Views4190
    Read More
  3. 즐거운 군 생활에 필요한 ‘소통’

    배민성 해병 상병 / 국군8614부대 / 국방일보 2012.3.29 현대사회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로 소통을 꼽는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하는 바가 서로 통함’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의 능력...
    Date2012.03.29 Views2523
    Read More
  4. 추워지면 더 생각나는 1133기 동기

    최형민 상병 / 해병대1사단 1133기 동기들아, 잘 지내니? 교육훈련단 수료하고 뿔뿔이 흩어진 동기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1월 3일, 이날이 무슨 날인지 잘 알고 있지? 바로 우리 1133기가 해병대에 입대한 ...
    Date2012.03.28 Views4331
    Read More
  5.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해병

    특파원리포트 / 국방일보 2012.03.07 전광호 영국 센트럴 랑카셔 대학교 교수·아태지역학 대학원장 우리 군은 분명히 강군이다. 규모로 보나 훈련 내용으로 보나 세계적 강군이라 자부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세계에...
    Date2012.03.07 Views2455
    Read More
  6. No Image

    해병대가치를 품은 나의 혁신의지

    글 / 상병 이강덕 해병대지 41호 나라 전체가 전쟁과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현실은 비참했지만 해병대의 병영문화만은 참으로 멋있었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다. 전쟁 속 나를 지켜주던 선임, 또 나를 지켜주던 후임. ...
    Date2012.02.27 Views3994
    Read More
  7. No Image

    혹한의 겨울에도 해병대의 가슴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대위(진)허태진 / 해병대지 41호 “해병대 아저씨,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우리는 부대 인근에 있는 복지시설을 찾았다. 도솔산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몹시 바쁘게 지나갔던 해병대사령부 군악...
    Date2012.02.27 Views2729
    Read More
  8. 절치부심의 각오로 해병대 발전방향을 말한다!

    <글 대령 조강래 / 해병대지 41호> 1. 개 요 1949년 4월 15일. 380명의 병력으로 창설된 해병대는 6·25전쟁,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하여 정예군으로 성장하였으며, 현재에도 실 전장과 가장 유사한 훈련인 과학화전투훈...
    Date2012.01.24 Views4550
    Read More
  9. 어머니께 띄우는 편지 - 권오갑

    <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지금으로부터 83년 전인 1929년 일입니다. 경기도 시흥이 고향인 어머니는 열일곱 살 꽃보다 아름다운 나이에 청계산을 넘어 안동 권씨가 모여 사는 판교 금토마을로 시집을 오셨습니다....
    Date2012.01.23 Views3891
    Read More
  10. 교육훈련 개혁과 병영문화 혁신 - 차동길 해병대교육훈련단장

    차동길 준장 해병대교육훈련단장 해병대는 지난 7·4 총기 사건으로 불거진 후진적 병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해 왔다. 특히 해병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곳, 해병...
    Date2012.01.18 Views5819
    Read More
  11. 2012년 우리는 준비됐다.

    2012년 우리는 준비됐다. / 글 중령 서봉수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事)란 말이 있다. 이는 “과거의 일을 잊지 않는다면, 이후의 일도 잘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말이다. 벌써 적이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
    Date2012.01.17 Views3573
    Read More
  12. 편지 한 통과 과자 한 봉지의 비밀

    이동후 이병 / 해병대교육훈련단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입대한 해병대. 해병대 특유의 남성스러움과 거친 면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부모님의 걱정에도 힘들고 고단했던 훈련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부푼 기대감을 ...
    Date2012.01.09 Views3633
    Read More
  13. 패러다임 전환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신홍규 대령 / 해병대 리더십센터장 지난 2010년 11월 23일은 해병대가 주둔하는 연평도에 북한군이 기습 포격도발을 해 무고한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 가슴 아픈 날이다. 그 아수라장의 현장에서 지휘자들은 전장 ...
    Date2012.01.03 Views3646
    Read More
  14. 2012년 새해 평소와 같은 날

    신일환 중위(진) 해병대 흑룡부대 소위로 임관한 후 14주간의 보병 초군반을 수료한 뒤 짧은 휴가를 받고, 2011년 10월 10일 백령도에 입도했다. 장교라는 신분으로 나는 62대대 6중대 1소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씩...
    Date2012.01.01 Views3864
    Read More
  15. [김정원이 만난 사람]이호연 해병대 사령관

    “진짜 해병은 적과 싸워 이기는 것” / 충청매일 2011년 12월 25일 이호연 해병대사령관(53·해사 34기)은 유사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강인한 전투체력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스포츠선수들도 하기 어렵다는 철인...
    Date2011.12.27 Views433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