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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 일 상병 해병대2사단


3월 말, 말도에 투입됐다가 지난달 중순 대대로 복귀했다. 말도는 생각보다 날씨 변덕이 심했다. 공수교육으로 교대 하루 전에 배가 못 뜰 정도로 비바람이 불다가도 다음 날 아침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변덕스러운 곳이 서측 도서 가장 끝 작은 섬 ‘말도’였다.

공수교육으로 교대되기 하루 전날 발칸 진지 공사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멘트 작업을 했다. 근무자를 제외한 소초 총원이 동원돼 지하에 있는 시멘트 포대를 어깨에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반하고 포대를 뜯어 시멘트를 부은 뒤 물을 부어 삽으로 개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공사 현장에서만 보던 시멘트 작업을 해보는구나!” 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미 물을 부은 상태라 하루에 끝내야 해서 총원은 군말 없이 묵묵히 시멘트 작업을 했고 결국 그날 안에 완료했다. 공사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 서로 얼굴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멘트 가루에 비바람까지 더해 얼굴을 회색빛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53대대·정보대·방공·수색대 등 서로 다른 소속, 잘 모르는 사이지만 그때만큼은 피곤함을 잊고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말도에서는 중국 어선 때문에 자다가 중간에 상황이 걸려서 허겁지겁 일어나 방탄복을 입고 병기를 꺼낸 적도 많았다. 또한, K6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 진지에 도착해 실탄을 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나는 말도에 와서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를 위협하는 세력을 막기 위해 실 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부여받고 실탄을 격발하는 그 순간만큼은 상당한 긴장감이 들었고 느낌도 너무나 달랐다. 사격연습과 실제로 국경지대에서 무언가를 향해 경고사격을 하는 것의 긴장감 차이는 완전히 달랐다. 임무를 마치고 K6를 짊어지고 다시 산에서 내려와 트럭을 타고 소초로 복귀할 때는 ‘군인’으로서 책임감이 밀려왔다. ‘입대하기 전에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실탄을 쏴야 하는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있구나. 통일되기 전까지 전방에서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있겠구나’ 하며 경각심으로 그치지 않고 통일까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었다.

나는 해병대에 지원하고 우연히 경계작전이 많은 2사단으로 배치돼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좋은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단지 21개월 동안 복무하고 사회로 나가는 전역일만 기다리는 군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는 군인이다.

말도 소초 수색대 중대가 교대했을 때 웃으며 반겨줬던 주민들, 소속은 다르지만 ‘서측 도서방어’ 임무를 같이 수행했던 전우들이 벌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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