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준.jpg

이완준 상병 해병대1사단 3연대 전지중대 


42.195㎞의 마라톤. 언젠가 반드시 뛰고 싶다. 이렇게 자발적인 내 선택과 달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거리를 뛰고 같은 고통을 느낀다. 자발적으로 선택해 준비했을 때는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 되고, 억지로 했을 때는 괴로운 경험이 된다.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달리면서 ‘너무 힘들어서 못 달리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순간을 견딜지 말지는 달리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 쓰라린 기분을 느낄지, 솟구치는 기운을 느낄지. 둘 사이의 경계를 가르는 건 ‘이것은 나의 선택이니 내 책임이다’라는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학교·직업·사랑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혼 여부도 자유롭게 결정하는 등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대부분 부모님이 원하는, 학교가 원하는, 사회가 원하는, 한마디로 대다수가 추구하는 길을 걸으며 살아왔다. 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가 실패자로 낙인찍히면 어쩌나 두려워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보기 싫은 사람과도 보면서 생활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일터에 갈 때 즐겁고 재밌으면 입장료를 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입장료를 내는 대신 월급을 받는다. 그 책임의 결과로 우리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스스로 비굴하고 초라하게 느낀다. 여기서 지금 내가 절대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고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불편해하며 나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다. 그 사람을 탓하고만 있으면 문제가 더 꼬일 뿐이다. 설령 그 사람 때문일지라도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는 데 치중하지 말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생각해야 한다. 부모님도, 가족도, 배우자도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 탓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남의 역사가 아닌 내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고,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자신의 역사를 써 나간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를 좌지우지하려고 해도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그에 대한 나의 선택과 책임. 그 경계를 현명하게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이 아닐까. <국방일보 병영의창 2019년 1월 16일>



  1. 선택과 책임

    이완준 상병 해병대1사단 3연대 전지중대 42.195㎞의 마라톤. 언젠가 반드시 뛰고 싶다. 이렇게 자발적인 내 선택과 달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거리를 뛰고 같은 고통...
    Date2019.01.22 Views515
    Read More
  2. 도전하는 군인

    송유온 상병 해병대군수단 상륙지원대대 내게 2018년은 아주 특별한 해였다. 군인이 된 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친구들은 나에게 왜 이리 일찍 가느냐고, 군대에 자원해서 가는 나를 비꼬고 동정했지만, 나는 ...
    Date2019.01.22 Views562
    Read More
  3. 존중과 배려가 성숙한 인존중과 배려가 성숙한 인간을 만든다 -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장대광 상사 해병대6여단 감찰실 해병대는 인권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 역시 해병대원으로서 전우의 인권을 지키자는 각종 표어·포스터 등을 통해 수시로 접했지만, 정작 그 의미를 공감하고 ...
    Date2019.01.14 Views693
    Read More
  4.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염하얀 하사 해병대1사단 킹콩연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경쟁 사회에 노출돼 있다.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친구들과 끊임없는 경쟁을 했고, 군대에서도 경쟁은 똑같이 진행된다. 나는 진급과 장기복무라는 목표를 가...
    Date2018.12.27 Views912
    Read More
  5. [국방일보 병영의창] 전방 소초장 임무를 마치면서

    박은주 중위 해병대2사단 짜빈동대대 어린 시절 막연하게 ‘군인이 되고 싶다’던 목표는 대학교 졸업과 러시아 유학 이후 해병대 장교인 남편을 만나고부터 더욱 현실로 다가왔다. 다소 늦은 나이에 도전했던 첫 번째 ...
    Date2018.12.03 Views3173
    Read More
  6. No Image

    [대경일보 사설]해병대 장병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대경일보 사설]해병대 장병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 2018년 11월 26일 최근 포항시민을 위한 해병대 장병들의 미담이 계속해서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해병대 1사단 23대대 소대장 박형규 ...
    Date2018.11.30 Views671
    Read More
  7. 포워드, 페이스풀, 포커스트

    박경기 중위(진) 해병대사령부 연합화력협조장교 한미 해병대 화력관계관 워크숍 참가차 얼마 전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미 제3해병기동군(Ⅲ-MEF) 아래 화력·효과 협조본부(FECC) 및 예하 부대를 방문한 짧은 기...
    Date2018.11.29 Views757
    Read More
  8. 국방일보 [김정학 기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김정학 해병대 교육훈련단장·준장 사막이나 정글을 혼자 헤쳐나가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외로움과 두려움, 맹수의 습격 등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속담 중에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Date2018.11.26 Views894
    Read More
  9. 세상과 소통하는 국방홍보원

    유 원 열 해병중사 국방정신전력원 정훈중급반 지난달 23일,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전투복을 차려입고 나서는 길, 날씨는 쌀쌀했지만, 마음은 설레었다. 이날 나를 포함해 국방정신전력원 ...
    Date2018.11.11 Views926
    Read More
  10. [김명환 종교와삶] 如如, 변함이 없는 마음

    김명환 해병대1사단 군종실장·법사·중령 문명이 발전하고 삶은 풍요로워졌으며 진보하는 기술만큼 사람들 몸은 편안해졌지만, 마음은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세상도 기술의 핵심은 사람들의 ...
    Date2018.10.30 Views835
    Read More
  11. 꿈과 희망이 있는 군 생활

    이 승 찬 일병 해병대1사단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이 있다. ‘힘들거나 즐겁거나 시간은 흐르고 전역은 다가온다’는 뜻이다. 몇몇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에 대해 “어떻게든 지나간다”...
    Date2018.10.29 Views803
    Read More
  12. 기다리기만 하던 나를 뛰게 한 버킷리스트

    장 병 헌 병장 해병대2사단 짜빈동대대 어느덧 전역을 두 달 남짓 남겨둔 병장이 됐다. 그동안 나는 크고 거창한 것보다는 병영생활 중에 실천할 수 있고,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것들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
    Date2018.09.05 Views1069
    Read More
  13. '필승 DNA'에 '혁신' 이식 더 막강해진 '무적 해병'

    창설 69주년을 맞아 국가전략기동부대 대한민국 해병대가 달라지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1949년 4월 15일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창설된 해병대는 6·25 전쟁 당시 수많은...
    Date2018.05.16 Views1106
    Read More
  14. 해병대의 초심찾기 ‘참해병 혁신운동’

    조순근 대령 해병대1사단 행정부사단장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금방 풀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심했던 일이 결실을 보려면 지속해서 마음을 바로잡는 것...
    Date2018.03.22 Views1687
    Read More
  15. 백령도와 해병대가 성장시킨 나

    김 태 환 (예)해병중위 전 해병대6여단 정훈참모실 ‘나도 국민이 힘들어할 때 도와주고 부하들보다 궂은일에 앞장서는 멋진 해병대 장교가 될 거야.’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해병대인을 꿈꿨다. 태풍 ...
    Date2018.03.08 Views10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