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문고/『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고

국방일보 오피니언 진중문고플러스 2021.05.18

 

전홍준상사.jpg

전홍준 상사 해병대6여단

 

나는살기로했다.jpg

김수현 지음/마음의 숲 펴냄

 

 

이 책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길 바라는 현대인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말한다. 책을 읽으며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문화 안에서 고군분투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당한 한 명의 군인으로서 인정받고 싶어서 한 행동들이 오히려 내 자존심을 갉아먹었던 경험이 적지 않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는 후배 부사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이 글을 쓰게 됐다.

18년 전 수색부사관으로 임관 후 실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쯤, 중대장님의 지시로 전투체력단련 교관 임무를 부여받았다. 관련 서적 및 교범을 연구하며 나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라 생각되는 과업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과업이 시작되자 대원들이 굉장히 열심히 참여해 줬고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다는 자만심과 만족감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과업이 시작되고 한 달쯤이 지나서 우연히 대원들의 충격적인 대화를 듣게 됐다. “팀장이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서 우리가 고생 중이다. 본인 체력이 좋다고 잘난 척하려 이런다.” 나는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에 빠졌다. 간부라는 위치와 직위에서 정말 열심히 내 업무를 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정작 대원들의 생각을 달랐다. 나는 점차 과업에 집중을 못하고 자신감마저 잃고 말았다. “내가 최고다”라고 스스로 자부하던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비난을 받고 큰 상처를 받았다.

필자는 비난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 자존감의 상실에서 온다고 말한다. 자신을 향한 상대방의 비난에 대해서 좀 더 차분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돌아보고, 만약 자신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다고 확신이 들면 나의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한다.

물론 무비판적인 비난도 있다. 비난은 공기와 같이 보편적인 것이며 사람이 섞이는 공간에서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한 비난에 휩쓸려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대방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부로서 새로운 과업이나 지시사항, 업무 등을 추진할 때, 나의 의지와 목적에 반하는 대원들이 있다. 우리 공동의 목표는 해병대와 부대의 발전과 임무완수다. 이 목표와 틀어진 비판에 대해서 과도하게 열정을 쏟게 되면 결국 우리는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게 될 것이고, 다시 바른 목표를 향한 방향전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완수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부분에 열정을 쏟기를 바란다.

초급간부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사소한 비난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임무와 정당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꼭 그 의지를 관철시켜 목적을 달성하길 바란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 아래 ‘나’는 나로서 살아야 한다.



  1. 서해수호의 사명감 한정협 대위 해병대 연평부대 포7중대장

    서해수호의 사명감 한정협 대위 해병대 연평부대 포7중대장 서울 용산구 소재 전쟁기념관 내부 벽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나라 위해 몸 바친 영웅의 고귀한 희생은 한 줄기 빛으로 영원히 기억되리...
    Date2022.03.27 Views19355
    Read More
  2. 빨간 명찰의 자부심을 되새기며

    구교찬 일병 해병대2사단 12대대 나는 떠올린다. 처음 해병대에 지원했을 때의 굳건한 마음가짐을. 그리고 천자봉에 올랐을 때의 힘찬 호흡을. 마침내 ‘빨간 명찰’이 심장을 관통했을 때의 강렬한 박동을. 나는 아직...
    Date2022.03.17 Views15955
    Read More
  3.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마라톤 서수호 중사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마라톤 서수호 중사 해병대2사단 2군수대대 나는 지난 2010년 1월 5일,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지난 2003년 병사로 전역한 후 7년 만에 다시 해병대에 재입대한 ...
    Date2022.03.07 Views15452
    Read More
  4. 해병대 부사관으로서의 첫발

    고예진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나는 여주대 학군부사관 6기로 강한 해병대 입영훈련을 통해 지난 25일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우리 여주대 학군부사관 6기는 동·하계방학 때마다 총 4번에 걸쳐 포항 해병대 교...
    Date2022.02.27 Views12906
    Read More
  5. 내 잘못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일 - 이윤상 병장 해병대1사단 본부대대

    이윤상 병장 해병대1사단 본부대대 ‘분리파견.’ 내 이름과 계급 앞에 낯선 네 글자가 붙었다. 그리고 나는 정들었던 부대를 뒤로하고 이등병 시절처럼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낯선 부대와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 ...
    Date2022.02.24 Views11168
    Read More
  6. 피아노 건반 위의 나

    임형빈 상병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 우리 인생은 마치 한 마디 멜로디와 같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면 한 음이, 또 다음 건반을 누를 때면 또 다른 한 음이 나오기 마련이다. 피아니스트가 수많은 건반으로 어우러진...
    Date2022.02.20 Views3747
    Read More
  7. 대한민국 해병대 윤지환 상사를 추모하며

    임영진 원사 해병대2사단 지난 주말, 너무나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암 투병 중이던 윤지환 상사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지휘관께 보고를 드리고 그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그와...
    Date2022.02.09 Views2240
    Read More
  8. 해병대 포함 준 4군 체제 개편이 불러올 변화는? - 비즈한국 밀덕텔링

    해군 뿐만 아니라 육·공군과의 전략적 합동성 강화…상륙 작전 대신 후방 기습 전문성에 초점 [비즈한국]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자 각 후보의 국방공약도 차례대로 공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이슈가 바로 ‘해...
    Date2022.02.07 Views923
    Read More
  9. [이승민 국방광장] 해병대 정보병과 창설 2주년을 맞아

    이승민 해병대사령부 정보참모처 대령 나는 어린 시절 젓가락질이 손에 익을 때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젓가락질이 어렵다 보니 숟가락으로 반찬을 떠먹다가 어머니께 혼이 난 적도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처럼 ...
    Date2022.02.02 Views1585
    Read More
  10. 다시 ‘빨간명찰’ 단 아들에게

    박호영 준위 해병대6여단 군수지원대대 해병대교 육훈련단 박병규 하사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 병규야! 아버지가 백령도에 들어온 지 6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새벽녘, 우리 아들 생각이 깊어져 ...
    Date2022.02.02 Views1542
    Read More
  11. 해병대다움이란?

    김기성 상병 해병대2사단 군수대대 나는 지난해 3월 22일 해병대 1268기로 교육훈련단에 입소했다. 사실 나는 교육훈련을 받으면서도 해병대원에게 요구되는 ‘해병대다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런데 ...
    Date2022.01.25 Views483
    Read More
  12. 해병대서 인생 진로를 찾다

    신건 상병 해병대2사단 본부대대 삶을 살다 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결정한 선택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내게는 해병대와 사진이 그랬다. 나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정...
    Date2021.12.21 Views1428
    Read More
  13. 해병대 포병장교의 자부심

    해병대 포병장교의 자부심 박지나 대위(진) 해병대2사단 포8대대 9중대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 12. 13] 나는 고등학생 때 군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리고 군사학과로 진학해 군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대학 ...
    Date2021.12.15 Views2235
    Read More
  14. 해병대, 다시 날개를 달다 [국방일보 정용환 국방광장]

    정용환 중령 해병대항공단 1항공대대 1973년 해병대사령부 해체와 함께 명맥만 유지됐던 해병대 항공부대가 오늘(12월 1일) 48년 만에 해병대항공단으로 창설된다. 2016년 1월 지은구(대령) 해병대항공단장, 임무 수...
    Date2021.12.05 Views608
    Read More
  15. 긍정 에너지의 힘

    김민재 중위(진) 해병대2사단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11.24] 지난 3월 해병대 장교로 임관한 이후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업무에 적응하고 있지만, 임관 당시 가졌던 내 초심은 잊고 있지 않은가 반성하게 ...
    Date2021.11.24 Views34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