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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jpg 교가가 있어야겠다. 사관생도들을 하나로 묶어 세울 멋진 노래가 있어야 하겠다.손원일 제독의 바통을 받아 제2대 해군사관학교 교장에 취임한 김일병 중위는 생도들에게 애교심을 불어 넣어 줄 교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1947년 1월 노산 이은상 선생에게 교가 작사를 의뢰했다. 진해에서 가까운 마산 출신이고 저명한 시조시인이며, 이순신 연구가로도 이름을 날린 그보다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애교심 일깨울 교가 필요성 절감

중앙 일간신문에 작곡공모 공고를 내고, 각 대학과 음악단체마다 협조공문을 보냈다.신문을 보고 이를 안 손제독 부인 홍은혜 여사는 남편 몰래 김교장에게 노산 선생의 가사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걸 적어 놓고 한 달이나 걸려 곡을 완성한 홍여사도 작품모집 기일에 맞춰 곡을 제출했다.

김교장에게서 응모현황을 보고받고 아내의 응모사실을 안 손제독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아내의 작품은 빼라”고 지시했다.“사령관님 그건 곤란합니다. 사모님도 음악을 전공하신 분이고, 지금 생도들이 즐겨 부르는 ‘바다로 가자’를 작곡한 훌륭한 음악가이십니다. 정식으로 응모한 작품을 심사도 안 해보고 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손제독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정당하게 응모된 작품을 아내의 것이라는 이유로 제척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심사는 해사2기생들이 모여앉아 일일이 곡을 노래로 불러보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렇게 뽑힌 것이 홍여사 작품이었다.

천자봉 구름 속에 높이 솟았고
옥포의 푸른 물결 넘실거리네
스승의 채찍 아래 자라는 우리
씩씩한 배달 혼을 기르오리다

사자같이 우러나는 호령소리에
파도같이 밀려오는 우리 발걸음
사나이 굳은 뜻을 가슴에 안고
정의의 새 나라 만드오리다

청년의 피가 끓는 대한의 아들
두 손을 높이 들고 맹세하노라
거룩한 충무공의 뒤를 받들어
조국의 한바다를 지키오리다

(후렴)만세 만세 만세
해군사관학교 만세
길이길이 빛나거라
해군사관학교

이 노래는 그해 7월 2기생들에 의해 처음 불려졌다. 홍여사는 특별히 정이 들었던 우리 1기생들을 위해 ‘해사 1기생 가’도 작곡해 줬다.

구수한 인간미의 유능한 지휘관

2기생 얘기가 나오면 훗날 해군참모총장이 된 김규섭 생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임관 후 모교에 근무하게 된 내가 김생도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명석한 두뇌, 특히 출중한 수학실력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그는 보통사람 머리로는 도전할 수 없는 암산게임을 즐기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구수한 인간미도 가진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그의 소장 시절 일화다.

어느 날 사복차림으로 짚를 몰고 정문을 나서는데 소위 둘이 “야 운전병, 좀 타고 가자”하면서 차를 세웠다. 그가 함대사령부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 이제 내리시라고 하자, 소위들은 “야 임마, 2부두까지 가!”하고 명령했다. 주먹질을 할 태세에 놀라 2부두까지 태워다 주고 같이 내렸을 때, 그의 계급을 안 소위들은 기겁을 했고, 그는 빙긋 웃으며 함내로 들어갔다고 한다. <공정식 前 해병대사령관/정리= 문창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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