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7 10:33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이달
조회 수 46009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李達(이달, 1539~1612)
獨鶴望遙空(독학망요공)
학 한 마리가 먼 하늘을 올려본다
夜寒拳一足(야한권일족)
밤이 차가워 한 다리를 들었나보다
西風苦竹叢(서풍고죽총)
찬바람이 대숲을 흔들고 지나가니
滿身秋露滴(만신추로적)
가을 이슬이 온 몸에 가득 방울진다
고고한 자태를 가진 학 한 마리, 그러나 안타깝게도 날지 못하는 그림 속의 학이다. 이 시인의 처지와 딱 그대로다. 학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보며 하늘 저편의 더 나은 세상을 그려볼 뿐이다. 현실은 어디를 봐도 차가운 밤처럼 앞이 보이지 않고 온몸이 시려온다. 다리 한 쪽을 말아 올린 것은 몸과 마음이 모두 추워서일 것이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대숲을 흔들고 지나간다. 바람에 댓잎이 몸서리를 친다. 홀로 서있는 하얀 학의 깃털마냥 모든 댓잎들이 떨며 차가운 이슬을 방울방울 흩날린다. 이 시인의 마음속에 있는 고독과 몸을 휘감고 있는 현실의 고달픔을 누가 알아줄까. 문득 진저리치듯 찬 기운을 털어내며 시인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본다. 가을밤에 온몸으로 찬이슬을 맞으면서. *遙空(요공) ; 멀고 아득한 하늘.
<한시연구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 운영자 | 2011.02.20 | 53823 |
12 | 從軍行(종군행) 종군의 노래 - 왕창령 | 운영자 | 2013.01.03 | 46400 |
11 | 松都(송도) - 황진이 | 운영자 | 2013.01.31 | 45609 |
10 | 正旦(정단) 설날 - 진각국사 | 운영자 | 2013.01.31 | 45418 |
9 | 山晝(산주) 산 속의 한낮 - 한용운 | 운영자 | 2013.02.07 | 45516 |
8 | 新雪(신설), 새해 첫눈 | 운영자 | 2013.02.07 | 45819 |
7 |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 운영자 | 2013.02.07 | 45708 |
» |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이달 | 운영자 | 2013.02.07 | 46009 |
5 | 從軍行(종군행) 종군의 노래 | 배나온슈퍼맨 | 2013.02.14 | 46064 |
4 | 三五七言(삼오칠언)357언 | 배나온슈퍼맨 | 2013.02.14 | 46002 |
3 | 詠梅(영매) 매화를 읊다 - 정도전 | 운영자 | 2013.03.17 | 47241 |
2 |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달밤에 매화를 읊다 = 이황 | 운영자 | 2013.03.17 | 48192 |
1 | 辭人贈錦衾(사인증금금)비단옷을 사양하며 | 운영자 | 2013.03.17 | 464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