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사천강 및 장단지구 전투의 해병이여-

     박광남(시인, 예비역 해병 소령)

 

그 사람이 살아 있음을 나는 안다

 

저 강물이 흘러 천년의 세월을 삭이는

아직도 광야에 비친 자욱한 포연

찢어진 군복을 추스리며

허기를 채운 주먹밥

자유와 평화는 전선에서 시작되고

갈잎에 스치우는 스산한 바람 한줄기

어머니 영혼처럼 깨어나는 시간이면

장단지구를 거닐어

사천강변을 따라 물결을 퍼담는

노를 저어

세상의 온갖 길이 그곳으로 흘러 지나온

그 사람은 분명 살아 있음을 나는 안다

 

어둠은 강물속으로 숨어들고

아직도 녹빛에 달구어진 달빛에 엎드려

공제선 너머 별을 가슴에 보듬어

한없이 달려가는 고지 고지에,

해병은 꽃잎지듯

조국을 위해 산화했노라

 

새 천년의 길목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는

저 철책의 질기고 질긴 평화의 늪

잃어버린 계절을 찾아

서성이는 영혼들이 아픔의 세월을 거슬러

피멍진 풀잎을 보았더라

 

그 사람이 살아 있음을 나는 안다

 

추위에 옷 벗은 나무들

그대 주검 위에 벗이 되리니

강물이 얼고 광야에 눈발이 덮이여도

나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그대 살아 있기에

일절의 아우성을 거두어 태우는

총소리 들린다

 

해병이여!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혼들이여

그대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버렸나니

새 천년의 빛으로 피어날 그날의 영광은

길이 지켜지리다

흐르는 강물은 천년의 비운을 토해내고

내 가슴에 남아도는 젊음의 피가

존재의 의미를 불태울 때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해병이여!

사랑이여, 해병이여

 

출전 : 월간<국방119> 1999년 12월호,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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