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준 대위 해병대6여단
2014년,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소위 계급장을 단 나는 서북도서에 있는 6여단에 배치받았다. 처음엔 6여단이 위치한 백령도가 어디인지 알지도 못했고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고 나서야 서해 최북단이란 걸 알았다.
백령도에 입도해서는 전방 소초에서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도서 지역 근무라는 고립감에 걱정과 우울감만 가득했다. ‘이곳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어려움에 놓인 한 소대원을 만나며 180도 달라졌다. 그 소대원은 정말 누가 봐도 경제적으로 힘든 환경에 있었고, 휴가 때는 공사장에서 일용직 인부로 일하려고 일자리를 구할 생각을 할 정도였었다. 나는 이 소대원을 진심으로 돕고, 미래를 설계해주고 싶었다. 후보생 시절부터 조금씩 모은 적금을 아낌없이 지원해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고, 함께 꿈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누며 고민했다. 그 결과 그 소대원은 헬스트레이너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노력했고 전역 후 그 꿈을 이뤄 현재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며 삶의 보람을 찾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 또한 꿈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발전할 수 있었고, 이후 나는 군 생활을 하며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부대에 있는 주짓수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었다. 나는 과거 유도 선수였던 경험을 살려 동아리원을 지도하며 군 생활의 보람을 배가할 수 있었다. 열악했던 동아리 활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비도 들여가며 체육관 환경을 개선했고, 약 100여 명이 동아리를 거쳐 가 상당수가 승급하는 성과를 얻었다.
어느 날에는 백령도 주민의 차량 전복사고를 목격하고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운전석의 사고자를 구하고 유관기관에 빨리 상황을 알렸다. 사고자는 의료 헬기를 타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했고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알려져 해병대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예로운 ‘해병대 핵심가치 상’ 명예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고 장기 복무에도 선발됐다.
연이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맞게 됐다. 자주 방문하던 백령도의 한 카페에서 사장님의 딸을 만났고 첫눈에 반했다. 나의 적극적인 구애 활동과 3년 연애를 끝으로, 그녀는 현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됐다.
이처럼 지난 5년의 백령도 생활은 내게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조각이 됐다. 비록 군 생활의 시작은 부정적이었지만 한 소대원을 만나 마음 자세를 바꾸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해 영예로운 상을 받았고, 인생의 동반자도 만나게 됐다.
도서 지역, 백령도에서 군 생활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그 외딴 섬에서 무슨 희망이 있냐?”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어느 곳에 있든지 꿈과 희망을 품고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한다면 외딴 섬이라도 누구에게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다는 것을.<국방일보 병영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