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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범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존경한다. 생활 습관, 생각, 삶의 태도까지…. 병 72기인 할아버지와 병 695기인 아버지는 해병대라는 자부심이 대단해 어릴 때부터 두 분의 군 복무 시절 사진과 군복을 자주 보고, 동기분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존경하는 두 분이 자랑스워하던 해병대 입대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정해진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해병이셨던 할아버지는 손자의 군 입대를 못 보고 암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돌아가 영원한 해병이 되셨다. 할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몰래 울음을 참고 있던 내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해병대 반지를 건네주셨다. 늘 할아버지 손에 끼어 있던 해병대 반지를 손가락에 껴 보는 순간 눈물이 솟구치면서 ‘이제는 해병이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가 끝나고 곧장 해병대에 지원해 1319기로 입대했다.

지난 20년간 말로만 들었던, 경험해 보지 못했던 훈련·훈육 및 단체생활을 폭염 속에서 소화했다. 힘들었지만 이겨 냈고, 어려웠지만 평가를 통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서의 군살이 빠졌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점차 건강하고 강인한 해병의 모습을 갖춰 갔다. 수류탄 투척, 공중돌격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훈련을 받을 때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버텼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시던 해병대 손자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의 어린 티를 벗어던지고 어른스럽고 믿음직한 해병이 되고 싶었다.

극기주까지 통과하자 성취감이 차오르며 한 단계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기들과 힘을 합치면 이겨 내지 못할 게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정신과 마음을 성숙시키는 훈련교관님의 훈육은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해병으로 다시 태어난 지금, 실무부대에서 주어질 임무를 완수해 내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전역 이후 정글과 같은 사회에서도 멋지게 헤쳐 나갈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 해병이 된 자부심으로 그 어떤 역경도 극복하고, 그 어떤 일도 성공할 것이다.

이제 곧 수료다. 영상으로만 봤던 드넓은 연병장에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을 것이다. 동기들과 한목소리로 해병의 긍지를 외치고 군가를 우렁차게 부르리라. 몸무게가 9kg이나 빠진 건강한 몸, 까만 피부, 굳게 다문 입술. 과연 해병으로서 얼마나 자격과 자세를 갖춘 걸까? 까마득한 선임 해병인 사랑하는 아버지가 어떻게 바라봐 주실지 궁금하다.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해병이 된 손자를 어떻게 쓰다듬어 주실지 그리움이 밀려온다. 첫 휴가 때는 다시 할아버지를 찾아뵈어야겠다. <국방일보 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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