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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중위 해병대2사단

 

지난 5월 카만닥 훈련에 공보담당으로 참가했다. 훈련을 하는 2주간 카메라를 들고 우리 해병대가 전개한 모든 지역을 돌았다. 먼 타국에서 ‘해병대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카만닥 훈련은 필리핀과 미국 해병대가 2017년부터 이어온 다국적 연합훈련이다. 우리 해병대는 2022년 이후 매년 중대급 규모를 파견하고 있다. 올해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루손섬 중북부 지역, 팔라완섬에 4개 팀이 참가했다.

 

루손섬 북부 수색중대 숙영지에서 2일을 보냈다. 물을 2L씩 마셔도 목이 탔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습하고 더운 날씨였다. 그런데도 수색대원들의 눈동자는 빛났다. 자신의 일과 조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눈빛이었다. 이들은 이동 중에도, 휴식할 때도 삼삼오오 모여 쉬지 않고 훈련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촬영한 훈련영상을 돌려 보며 느낀 점을 공유했고, 훈련을 마친 뒤에도 개인운동으로 시간을 보냈다. 최고의 워라밸을 누리는 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훈련 마지막 1주는 팔라완섬에서 소총중대와 함께 보냈다. 한국과 다른 날씨에 대원들은 지쳐 있었다. 이들이 열악한 환경을 이겨 내는 방법은 전우애였다. 소대장은 수통의 물을 아낌없이 내줬고, 행정관은 밤새 번갈아 가며 모기향을 피웠다. 중대장은 아침저녁으로 뜀걸음을 인솔하며 중대를 하나로 묶었다. 대원들은 목청이 터져라 ‘청룡은 간다’를 불렀다. 출신 부대가 다른 대원들이 어느새 가장 끈끈한 전우가 돼 있었다. 저녁점호가 끝나면 항상 소대별로 원이 그려졌다.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든 순간을 버텨 냈고, 해병대라는 이름 아래 더욱 단단해졌다. 필리핀 해병대 캠프 전체에 울리던 “카만닥! 카만닥! 파이팅!” 구호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2주간 언제, 어디서나 ‘해병’의 힘을 느꼈다. 미 해병대, 필리핀 해병대와 동고동락하며 해병대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돼 갔다. 우리 모두 해병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꼈고,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해병대 정신을 공유했다. 훈련기간 해병대라는 이름 아래 국가는 잠시 잊었다. 우리는 미 해병대, 필리핀 해병대, 한국 해병대가 아니라 그냥 ‘해병대’였다.

 

귀국 후 촬영본을 정리했다. 1만5000여 장, 카메라엔 열정이 가득했던 우리 해병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가슴 한편엔 SD 카드를 꽉 채운 사진만큼 2주간의 뜨거웠던 해병대가 담겨 있다. 필리핀에서 봤던 해병대만의 전우애와 단결력, 포기하지 않는 해병대 정신을 늘 생각하면서 오늘도 카메라를 든다. <김민성 중위 해병대2사단 국방일보 기고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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