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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년 12월 28일(화) 오전 03:0

27일 오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한 집에서 예비역 병장 김용섭(22)씨가 해병대 연평부대 전우들과 찍은 사진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부상한 병사 가운데 첫 전역자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김씨는 "부모님을 뵈어서 기쁘지만, 아직 부상에 시달리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가 바라보던 사진 속 전우들은 밝게 웃고 있었다. 검은색 사진첩 뒤표지에는 '해병혼'이라는 제목 밑에 "먼 훗날 누군가 '스무살 시절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연평도 억센 바람 맞으며 조국을 가슴에 안고 젊음을 바쳤다고 말하리라"는 글귀가 금색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연평도 K-9 자주포 부대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연평도 남서쪽 바다로 사격 훈련을 했다. 훈련은 오후 2시 45분까지 예정돼 있었다. 김씨는 "포 담당을 뺀 부대원들 수십명은 훈련 동안 진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훈련이었다"고 했다.

2010122803014195034_055834_0.jpg훈련이 마무리될 때쯤 갑자기 '쾅쾅' 하는 굉음과 함께 진지에 파편이 튀기 시작했다. 김씨는 "쓰러진 후배를 돌보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오른쪽 허벅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고 했다. 파편에 맞은 것이다. 북의 포격이 계속되는 동안 부대원들은 파편이 튀는 진지에서 웅크리고 서로를 격려했다. 포격 소리가 잦아들자 김씨는 부상당한 후배들과 구급차에 올랐다.

좁은 의료실은 금세 부상 장병으로 가득 찼다. 상처 소독을 마친 김씨는 다리를 절며 부상한 후배들을 다독거렸다고 했다. "다친 후배들에게 '괜찮으냐. 아프지 않으냐'고 물었지요. 그들은 고통을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면서 입으로는 '괜찮습니다. 견딜 수 있습니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후배 앞에서…."

부상 장병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평택 해군 제2함대로 가는 고속정에 올랐다. 김씨는 "배에서 입대 동기인 정우(고 서정우 병장) 사망 소식을 들었다. 제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친구였는데 믿기지 않았고 울화가 치밀었다"고 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부르르 떨렸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김씨는 파편 맞은 부위를 치료했다. 어머니 이을순(51)씨는 "손가락 두 마디가 들어갈 만큼 깊은 상처에 소독솜 10여 개를 집어넣는데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용섭이뿐만 아니라 다른 부상 장병 모두 고통이 심할 텐데 신음 하나 내지 않고 눈만 끔벅끔벅하며 '괜찮습니다'고 했다"며 "'이게 군인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동열(55)씨는 "얼마 전 군에서 '원하는 부대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더니 병사들 대부분이 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연평도로 가겠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치료를 마친 김씨는 지난 22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조촐한 전역식을 갖고 민간인이 됐다.

김씨는 9살 위인 형이 해병대에 간 모습이 멋져 보여 해병대에 지원했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아들이 연평도에 배치받던 날 나는 눈물을 쏟았지만, 아들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며 의연해했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멋이었지만, 나중에는 나라를 지킨다는 책임감이, 끈끈한 전우애가 좋았다"며 "다시 입대한다 해도 해병대에, 그리고 연평도에 가겠다"고 했다. "부상이 가벼운 저는 보상·유공자 대우 이런 것 못 받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전시 중 사망하고 중상을 입은 우리 동료를 나라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국가를 믿고 군에 가지 않겠습니까."
[함양=양모듬 기자 modysse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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