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5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소령 조충현 (당시 해군대학 전쟁연습실에서 근무)

 

연초에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작년까지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는데 무언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자 생각해 낸 것이 철인3종 경기였다.
철인3종 경기는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쉼 없이 이어서 달리는 경기를 말한다. 극한 스포츠의 대명사로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이다. 진정한 철인을 뜻하는 Iron Man 코스에서부터 올림픽코스, 스프린트코스,O2코스 등 그 거리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은 스포츠로서 연간 10여회의 대회가 개최되며, 주로 전문선수들과 일부 동호인들이 참가하고 있다.
철인 3종 경기는 해병대의 주 임무인 상륙작전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수영’은 함안이동수단(AAV, IBS 등)을 이용하여 바다에서 육지로 돌격하는 것이며, ‘사이클’은육상에상륙하여고속기동수단(전차, AAV 등)을 이용하여 목표지역으로 진격하는 모습과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달리기’는 최종목표지역 확보를 위해 돌격하는 보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호인이나 클럽의 도움 없이 혼자 시작하려니 막막한 감이 들었지만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거금(?)
9만원을 들여‘대한 철인3종 경기연맹’에 선수가입을 하고 5월 3일에 개최예정인 통영경기에 참가신청을 했다.
코스는 일반적으로 동호인들이 많이 참가하는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선택했다.
연초부터 대회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사이클 연습과 틈틈이 달리기 연습을 하였으며,
주 2회 수영장에서 장거리 수영을 연습하면서 종목별 기본능력을 갖추었다. 4월 들어서는 휴일에 수영,사이클, 달리기를 이어서 달리는 종합연습으로 최종준비를 해나갔다.


5월 3일, 드디어 출전일이 다가왔다. 온가족과 함께 가족여행 겸 길을 떠났다. 비가 흩날리는 날씨 속에 대회는 강행되었다. 처음 출전하는 대회,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아내와 아들·딸의 응원 속에 바닷속으로 힘차게 뛰어 들었다.
5월의 바다는 아직 차가웠다. 잠수복을 입었지만 제법 한기가 느껴졌다. 바다수영은 실내 수영장과 달리 방향유지가 어려웠으며, 수백명이 한꺼번에 출발하다
보니 서로 엉키고 발에 부딪치는 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연습한데로 반환점을 향해 힘차게 팔을 저어 나갔다. 불
규칙한 파도와 바닷물의 짠 맛에서 옛날 생도시설 수영훈련의 추억을 느끼는 사이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점에 도착했다.
이어서 잠수복을 벗고 사이클을 탔다. 처음 통영대교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른다. 다리가 조금 무거웠지만 길가시민들의 환호에 힘입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그래도 좋은(?) 사이클을 탄 사람들이 계속 추월해 나간다.
욕심내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크고 작은 언덕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뒤로 물러간다. 중반이 지나 컨디션이 안정되면서 조금씩 속도를 내며 사람들을 추월해 나갈 수 있었다. 저렴한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힘있게 달릴 수 있는 것은 그간 훈련을 착실히 해온 결과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생겼다. 통영시 산양면 일대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은 한산도와 한려수도를 아우르는 너무나 멋진 길이 었다. 옛날 해병대 1기 선배님(?) 이라는 충무공 이순신장군께서 왜군을 무찌르던 바다, 한국전쟁 중 한국 해병대 단독 상륙작전이 펼쳐진 그 바다를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너무나 상쾌하였다. 가슴 벅찬 기쁨으로 흩날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달리다보니 어느덧 바꿈터에 도착했다.
마지막 달리기가 남았다. 달리기는 다른 종목보다 자신있는 종목이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5Km 지점에서 오른쪽 허벅지에 경련이 일었다. 속도를 늦추고 페이스를 조절하였다. 도로주변에 근육경력과 피로로 중도 포기한 사람들이 누워있다. 반환점을 돌면서 허벅지 경련이 사라지자 다시 힘을 모아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멀리 최종 골인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아들과 딸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기록은 2시간 49분, 목표했던
3시간대 완주를 달성하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면서 2009년 목표했던 것중의 하나를 이루
었다는 감격이 찾아왔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좋게 느껴지는 다리의 피로와 곤히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
삶이 어렵고 생활이 팍팍하다할 지라도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가끔 잊고 살지만‘가족은 축복’임에 틀림없다.

 

살아가는 일이 녹록치 않은 오늘, 82세 할아버지께서 완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
한다.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고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인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해병이지 않은가? 해병이여!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라.
꿈은 꾸는 자의 몫이며 노력하는 자, 그 꿈을 이룰 것이다.
먼 훗날 고희 기념 철인3종 경기 출전을 목표로 오늘도 나는 달린다.

가족의 사랑과 함께...


TAG •

  1.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

    ▶포7중대 기상반장 중사 신용한2010년 11월 23일. 날씨는 어느 날보다 좋았다. 난 오늘도 평상시와 동일하게 보급업무를 수행하고 오후에 있을 중대 ATT평가 사격 통제관으로써 탄종, 신관, 장약, 발수를 확인한 후 사격 시 15분전에 3포상으로 이동하여 사격준비 상태 및 3포 인원들에게 장비 이상 유무와 안전 교육을 실시...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163
    Read More
  2.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중사 안준오

    ▶ 인사과 일보담당 중사 안준오뒤돌아보면 마땅히 기여한 바도 없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인사과 간부들에게 감사하고 교훈으로 간직하고자 수기를 기록한다. 우리 연평부대 인사과는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각자가 맡은 임무의 수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909
    Read More
  3.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행정관 상사 한훈석

    ▶ 본부중대 행정관 상사 한훈석'10. 11. 23. 화요일 14시 35분 청명한 초겨울 하늘에 검고 흉악한 포물선이 그려지고 서해5도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연평도가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는 아비규환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 날은 해상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라 대원들에게 거점작전에 대하여 교육을...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585
    Read More
  4.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군종과장 하승원대위

    ▶ 군종과장(목사) 대위 하승원 하승원 대위(사진 왼쪽) 굉음이 울리고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시선이 닿는 곳곳에 탄흔이 보였다. 급히 올라간 의무실은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이들(병사들 지칭)이 누워있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흘린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응급실 안쪽에는 서서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414
    Read More
  5.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실 이재선하사

    ▶의무실 예방의학담당 하사 이재선 이재선 하사 23일 아침 어느 때와 다름없이 관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선후임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작하였다. 부대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느 때와도 하나 다름없이 평화롭다면 평화롭고 계획된 일과가 진행되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대 사격훈련이 시작...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688
    Read More
  6.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3포반장 하사 김영복

    김영복 하사 금일에 평가 ATT평가 사격이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전부터 사격준비 및 사격대비 비사격 임무를 실시하였다. 오후 13시 30분부터 평가사격이 되었고, 초탄은 우리 3포가 수정임무 사격을 실시하였다. 마지막 사격을 실시하는 도중에 4포가 불발이 나서 FDC에 불발보고를 하였다. 그때 우리 포반은 사격...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6889
    Read More
  7.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제7포병중대장 대위 김정수

    제7포병중대장 대위 김정수 우리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포병중대'다. 전군 최초로 대한민국이 개발한 세계적인 명품 K-9 자주포가 배치됐다는 것을 알고 서북도서에서의 군 복무로 자부심을 갖도록 내가 붙인 애칭이다. 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소연평을 바라봤었다. ...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8409
    Read More
  8. 해병대원들의 연평도포격 수기

    해병대 사령부가 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 수기 가운데 일부를 14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수기는 현장에 있던 장병 12명이 직접 적은 것이다. 해병대 측은 다른 장병들이 적은 내용을 보완해 수기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기에는 장병들이 직접 보고 체험...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8169
    Read More
  9. 전쟁에 반대하는 해병

    해병 539기 김복철(44)씨. 그는 지난 1986년부터 88년까지 서해 바다의 강화도에서 근무했다. 오랜만에 군대 얘기가 나오자 여느 해병대 나온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경험담을 쏟아내더니 신병교육을 마치고 동기들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민다. “해병대의 빨간 명찰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닙니다. 전...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4624
    Read More
  10. 대한민국 최일선 서해 5도

    ‘서해 5도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북한의 연평 도발 이후 대한민국 최전방에 떠 있는 서해 5도는 우리에게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새삼 되묻고 있다. 백령, 대청, 소청, 연평, 우도 등 대다수 뭍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잊혀져 있던 이들 5개 섬은 이번 포격 사태로 우리가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분명...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6567
    Read More
  11. 백령도

    “중국 어선들 어장 싹쓸이 그래도 덕분에 북한이 포 안 쏘겠지 싶기도 하고…” “자식들 나오라고 성화 여기처럼 살기 좋은 데 없어… 저놈들 내려오면 총 들고 나설 것” ▲ 육지에 있는 자식들을 위해 김장을 하는 백령도 주민들. 왼쪽이 이영자, 오른쪽이 최춘매씨.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 공격이 일어난 지 6일이 지난 11...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3138
    Read More
  12. 우도

    백령도·연평도 못지않은 전략적 요충지 1961년 남북한 비밀회담 루트 2주일마다 한 번씩 오는 부식 배가 생명선 서해 5도의 마지막 섬 섬 한 바퀴 도는 데 30분이면 끝 365일 민간인 구경 못해 고독과의 사투 근무 장병들 우울증 호소도 ▲ 우도의 일부분. 해병 OP가 보인다. photo 신미식 서해 5도(島). 북한의 연평도 포격...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4137
    Read More
  13. No Image

    대청도

    “평생 고생해 민박집 하나 장만해 놨더니 낚시꾼 발길 끊겨 휴업상태 고기만 잡고 살았는데 육지 나갈 수도 없고…” 40년 전에 지은 방공호 있으나 마나북측은 서해안 기지에 온갖 포 집중배치北 앞마당이나 다름없어 ▲ 대청도의 한 주민이 선진동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해군 고속정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난 1...
    Date2010.12.09 By슈퍼맨 Views8169
    Read More
  14. No Image

    해병대 - 함혜리

    “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 6·25 전쟁 당시 한반도의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감 있는 기사로 전쟁의 참상과 이면을 세상에 알린 뉴욕헤럴드트리뷴의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1950년 8월 23일 자에 송고한 기사다. 히긴스는 ‘귀신 잡는 해병대’란 제하의 기사에서 우세한 적군을 기습적인 양동 ...
    Date2010.12.07 By관리자 Views4340
    Read More
  15. 한번 더 건드리면 죽는다 우린 해병이다

    [중앙일보]입력 2010.12.03 19:22 / 수정 2010.12.04 02:38 “사나이 한 명이 길목 지키면 1000명을 두렵게 한다” 해병 청룡부대 11중대, 연대급 월맹군 격파 … 당시 신원배 1소대장, 해병정신을 말하다 해병 정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신원배 예비역 소장. 사진 =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정유재란 때이던 1597...
    Date2010.12.05 By관리자 Views43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2 Next
/ 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