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6여단 이태빈 병장.jpg

해병대6여단 공보정훈실 이태빈 병장

 

 

대한민국의 건실한 청년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군 생활을 돌이켜보니, 그간의 경험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를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새삼 나의 부대와 해병대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위한 18개월을 성장과 발전의 시간으로 생각하기보다, 인생의 침체기라고 여기며 힘들어하는 전우들을 심심치 않게 보기도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행복을 잃은 그들은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물음 속에서 그저 이 시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1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백령도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슴 속에는 쓸쓸함과 공허함이 가득했다. 입대 전의 행복한 감정들을 떠올릴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생각했다. ‘군 생활을 힘든 마음으로 버티며 전역 후의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없을까?’ 작은 관점의 변화로 나는 막연한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행복한 하루를, 내일을 만들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행복해지려 노력했다. 후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정돈된 대화로 관계의 소중함을 지켜냈다. 하루를 시작하며 전우들과 간부님들께 피곤한 표정 대신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인사에 힘이 솟는다는 비밀도 알아냈다. 내가 행복해지려 한 노력이 나만의 행복으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스스로 행복하니, 마음에 풍요와 웃음·여유가 찾아왔다.

 

나는 정훈병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백령도 곳곳에서 다양한 부대 활동과 수많은 장병의 사진을 촬영했다. 매일 반복되는 증명사진을 찍으며 “촬영하겠습니다. 완료됐습니다”라고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촬영하겠습니다. 살짝 미소를 지어 보시겠습니까? 웃는 것이 잘 어울리십니다”라고 말하며 사진 촬영에 임한다. 단순한 사진 보정과 편집이 아닌 사진에 행복을 담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게 됐다.

 

나는 매일 생각한다. “내가 촬영한 사진을 받는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으면 좋겠다. 그 찰나의 웃음으로 하루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 하루가 앞으로의 군 생활에 추진력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사진 한 장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공보정훈병은 참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현재의 확실한 행복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그 과정에서 의지와 활력을 찾고, 내일을 꿈꾸며, 청춘의 시간이 힘차게 흐르리라 장담한다. 부디 군대 안에서 멈춰 놓았던 여러분의 청춘의 시계가 다시금 우렁찬 소리를 내며 멋지게 흐르길 바란다.<국방일보 병영의창 기고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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