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해병대사령부 병장 이유용

 

친구들은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난 심각한 표정과 입영통지서를 보여주며 내 입대 사실을 그것도 해병대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입영통지서를 확인한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안됐다
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필 왜 해병대 가는 거야? 해병대 진짜 엄청 힘들다는데...!?”
나는 망설임 없이 당차게 대답했다. “남자라면 해병를 선택해야 하는거 아니야?!”hbcom_0035.jpg
친구들은 어이없는 표정만 지어 보였다.
내가 해병대에 입대하여 실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을 즈음 내 입대소식에 동정 어린 눈빛을 보냈던 그친구들이 하나 둘 해병대로 입대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자식들~! 자기들도 남자라고 해병대를...” 나는 기특한 웃음이 쏟아졌다.
휴가 중 만난 내 친구들은 나름 해병대스러운 모습이었다. 얼굴에 장난기는 그대로였지만 뭔가 모를 해병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해병대 힘들더냐?!” 나는 내 후임이자 친구인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친구는 “물론! 해병대라는 이름처럼 힘들지! 힘들지 않으면 그게 해병대입니까?” 사석에서 만나 반말과 존댓말 사이를 위험하게 오고가는 그 녀석의 말은 그러했다. 해병대의 이름처럼 강하고 힘들고 때론 고단하기도 하지만 해병대 입대 전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흔히 말하는 이빨이었다
고 그때 들었던 희한한 악습들이 힘든 게 아니라 해병대라서 힘든 거라고 하지만 남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이병이었던 내 친구는 입대전 머릿속에 그렸던 그런 군생활의 모습과 다른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었다
고 고백했다. 하지만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와 오기와 진심이 해병대에선 통하더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는 우리가 해병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며 현재 2사단에서 상병답게 군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갑작스런 해병대 입대는 가족에게 서운함을 안겨 주었다. 특히 아버지께선 나에게 많이 서운했다고 고백하셨다. 아버지께선 내가 ROTC를 통해 장교로 입대하기를 꿈꾸고 계셨는데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않고 덜컥 해병대 입영통지서를 보여드렸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섭섭하셨을 것 같다.
그날부터 나와 아버지는 대화가 적어졌다. 당시 나는 남들 안가겠다는 군대를 가겠다는데 왜 화를 내시지?라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러던 중 어느날 아버지께서는 불쑥 “아들, 치킨에 맥주 먹으러 갈래?”라고 물으셨다.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지금까지 서운했던 점들을 말씀하셨다. 굳이 “해병대를 왜 가려하니? 나이도 어린데 이렇게 빨리 가야만 하는 이유가 뭐니?” 나는 해병대를 입대한 뒤 전역 후의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생각하던 해병대의 장점을 알려드리면서 해병대를 어필하였다. 마지막으로 꼭 해병대여야하는 이유를 진심으로 설명드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저는 남자로서의 첫 관문인 군대를 해병대 입대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말씀이 없으셨다.
어느 덧 해병대에 입대하는 날! 가족과 기차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본 포항역에 는 나처럼 입대를 앞두고 머리를 빡빡 깎은 사내들이 보였다.
나와 입대 동기가 될 그 사내들과 함께 나는 해병대로 향했다. 신병 교육대에서 가족과 함께 여러 가지 세부설명과 교육 등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과 나는 걸어서 몇 초도 안 걸리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나는 또 다른 내 인생을 시작하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2008년 7월 21일 이렇게 나는 해병 1074기의 일원으로서의 첫걸음을 떼었다. 현재 이 글을 마치면서 무엇인가 가슴 한구석에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때 가족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었던 내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긴다면 입대할 때의 그 마음가짐을 생각한다면 모든 일을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면서 새삼스레 나의 입대 전의 모습을 생각할 기회가 생겨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제 나의 전역일은 어느덧 한 달 정도를 앞두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정든 선·후임들과 많은 추억을 가지고 전역하고 싶다.


TAG •

  1. No Image

    국방개혁 놓고 고민 쌓인 김관진 국방장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김관진 국방장관이 작년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심층 검토해 발표했던 '국방개혁 307계획'을 놓고 곤혹을 치르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개혁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항명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나...
    Date2011.04.01 Views2933
    Read More
  2. 젊은 그들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 - 김주영

    연평도 억센 바람 맞으며 조국을 가슴에 안고 젊음을 바쳤다는 그들, 난 그처럼 감동적인 글을 써 본 적이 없어 눈물이 났다. 사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로 한가운데를 어깨를 쭉 펴고 담대하게 걸어가는 사내다운 ...
    Date2011.03.29 Views5392
    Read More
  3. 전투형군대를 넘어 이겨놓고 싸우는 군대를 향해

    전투지휘자 점검 및 경연대회 참가기 - 전투형군대를 넘어 이겨놓고 싸우는 군대를 향해 대령(진)조순근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추웠던 올해 겨울, 그 중에서도 가장 추웠다 는 지난 1월 15일 사단 연병장에서는 해병...
    Date2011.03.29 Views5098
    Read More
  4. No Image

    해병대, 진정한 소수정예군 되려면

    해병대는 흔히 ‘소수정예(A Few Good Men)’라는 말로 표현된다. 타군에 비해 인원은 적더라도, 아니 적은 만큼 오히려 더욱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발군의 전투력을 과시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일찍이 6·25와 베트...
    Date2011.03.25 Views3374
    Read More
  5. 천안함 피격 1주기, 참전용사를 생각한다

    신원배 (예)해병대 소장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사무총장 지난달 27일, 미국에서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중 마지막 생존자 프랭크 버클스 씨가 세상을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계획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장례식에...
    Date2011.03.23 Views3443
    Read More
  6. 미군 ‘군살빼기’ 효율이 우선

    중동 소요사태 美 전략목표에 큰 영향 中·이란 대함탄도미사일 위협 대비를 [세계일보] 현재의 정부 재정 풍토 속에서 미 국방부가 더욱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부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방부는 국민의 세금을 항...
    Date2011.03.19 Views5842
    Read More
  7. 전투형 군대로 도약을 위한 학교교육체계 개선

    이상화 해병대 대령 국방부 교육훈련정책과장 올해 국방업무 최우선 과제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군대 육성이다.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청해부대가 전투형 군대의 전형이며, 이는 평시 부...
    Date2011.03.12 Views4145
    Read More
  8. No Image

    양질의 해병대 장교 양성 방안 -이선호

    양질의 해병대 장교 양성 방안 - 해병학교 부활의 당위성에 대한 연구 - 1. 문제의 제기 오늘의 해병대는 제도적으로 1973년 해병대 사령부 해체 이전과 같이 사령부가 해군의 외청 개념으로 운영토록 행정권이 위임...
    Date2011.02.28 Views7686
    Read More
  9. 군개혁과 해병대

    <한국일보 기고> 김일수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예비역 해병소장 관련기사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군 개혁의 핵심은 육해공 3군의 불균형 해소이다. 이 명제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해병대 문제이다. ...
    Date2011.02.24 Views3119
    Read More
  10. 대한민국해병대의 국위선양

    조정구 육군대령·주태국 국방무관 2010 코브라 골드 훈련에 참가한 해병대 장병 여러분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였다. 무더위와 싸우며 힘든 훈련과정을 소화해 최고의 전투 기량을 뽐낸 우리 해병대원들에게 박수를 보낸...
    Date2011.02.21 Views2504
    Read More
  11. 해병대 독립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연평도 사태 이후 해병대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경쟁률 높은 군대가 되었다. 우리 군의 자존심을 찾아가는 한 사례라 본다. 때를 맞춰 국방부도 해병대 병력을 최소 1천200명, 최대 2천여명 수준에서 증강하...
    Date2011.02.17 Views2634
    Read More
  12. 아태 안보연구소(APCSS) 연수를 마치고

    Date2011.02.13 Views2691
    Read More
  13. 2006-1 한미연합 대대급 전술훈련을 마치고

    Date2011.02.13 Views3450
    Read More
  14. 전투임무위주의 실질적인 훈련 어떻게 할것인가?

    -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장을 다녀와서 - <자료출처 : 2006 해병대지 27호>
    Date2011.02.13 Views2282
    Read More
  15. 해병대 도시지역작전 발전방향

    - 주요장비/물자 및 교육훈련을 중심으로 - 소령 전황기 (2006년 해병대사령부 편제편성장교) <자료출처 : 2006 해병대지 27호>
    Date2011.02.13 Views39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