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로비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그는 대한민국 해병이라고 했다. 입대를 앞둔 요즘 장정들이 경쟁을 해야 들어가는 귀신 잡는 해병대원이 무릎을 다쳐 군 병원의 서울이라 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에까지 온 것이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듯 전쟁에 임하는 집안에서 승패는 흔한 것이며, 이기는 습관을 다지기 위해 훈련하다 보면 부상 또한 심심찮을 것이다. 고향이 대구인 해병에게 나는 아픈 데를 만지면서 ‘경상도 머슴아가 군대생활이 아니면 언제 연평도에 가겠느냐’라며 농담을 던지자 해맑게 웃었다. 청년은 전역 후 먼 훗날 그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며 자부심 어린 무용담을 설파할 것이다.

 ‘셈퍼 피델리스(Semper Fidelis)’, 미 해병의 모토 역시 ‘항상 충성(Always Faithful)’이다. 항재전장(恒在戰場)의 상황에서 충성은 가장 핵심덕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에릭 팰턴이 충성에 대해 멋진 비유를 했다. “높이 걸린 외줄타기에서 밑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면 섣불리 시도하지 않겠지만 그물이 쳐 있다면 도전할 만하다. 무사히 건너갔다면 과연 성공은 그물 때문일까? 그물이 직접 사용되지 않았지만 만약의 경우 목숨을 살려줬을 것이다. 충성이란 바로 그물과 같은 것이다.”

 탈영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처벌이나 종교적 각성이 아니라 충성이다. 그래서 군대윤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충성의 덕목을 주목해 왔는데, 가장 큰 오해는 그 대상을 상관이나 국가로 국한하려는 것이다.

 군인복무규율(제6조)에도 충성의 대상을 국가와 국민을 들고 있으며, 거수경례 때도 가장 많이 ‘충성’ 구호를 외친다. 구호를 붙이면서 과연 상관이나 국가, 국민에게의 충성을 얼마나 생각할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충성은 복종이다. 충성의 강도는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이데올로기의 2~3배, 리더십의 6배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종적인 규율이 아닌 횡적인 연대일 때 충성의 강도는 가장 세다. 전우애가 바로 그것이다. 전우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일하는데 나만 편안한 곳에서 지낼 수 없다는 동료애야말로 가장 순수한 충성의 가치이기도 하다. 충성은 동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붙잡아 주는 든든한 믿음이다. 그래서 충성과 믿음은 헬라어로 ‘피스티스’라 해 뿌리가 같다. 해병청년의 멋진 충성을 기대하며 그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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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필 정치학 박사
육군17사단 황상원 상병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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