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1.jpg
홍우영
대령·해군사관학교 공학처장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과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보여준 젊은 신세대 병사들의 용기와 침착함은 과거의 선배 군인들이 보여준 용기 못지않았다. 자유분방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자기희생이 요구되는 군인정신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던 신세대 장병들은 우리가 걱정할 대상이 아니라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젊은이였다.

 최근 연평도 포격도발 시 전투에 참가했던 해병대원들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수기가 공개됐다. 이 하나하나엔 당시 긴박했던 상황 속에서도 한마음으로 굳게 뭉쳤던 병사들의 전우애와 군인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포탄 파편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맞고만 당할 수 없어 북한을 향해 필사적으로 사격을 가했다”는 말을 생각하면 전쟁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영화가 아니라 우리 병사들이 주인공인 실제 상황이었다. 또 다른 병사는 “부상병의 환부를 찾아 군화를 벗겨 보니 담겨 있던 피가 쏟아졌고, 얼굴에 파편을 맞아 입술 주위가 다 찢긴 환자도 있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포격 속에서 철모에 불이 붙었는지, 고막이 터졌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채 하나로 똘똘 뭉쳐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 우리의 신세대 젊은 해병대원들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젊은 해병대원들이 포화 속에서도 당당히 맞섰던 반면, 북한의 포병들은 우리의 반격에 부상한 동료를 남겨 두고 도망쳤다고 한다.

 군 전투력을 병력·무기체계 등의 유형요소와 정신전력·사기 등의 무형 요소의 곱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곱하기의 경우 두 숫자 중에 하나가 영(Zero)이면 한 숫자가 아무리 커도 그 결과는 영이 된다.
이렇듯 군의 정신전력이 영이라면 아무리 좋은 무기체계를 가졌다 해도 전투력은 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젊은 해병대원들이 보여준 정신전력은 북한의 포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신세대 병사들은 정보화 환경에 익숙한 세대로서 정보화 매체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며 무엇보다도 합리적인가를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세대다. 기성세대가 전통적인 관점에서 맹목적이며 무조건적인 충성과 희생만을 기준으로 이들의 정신자세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성을 우선 판단하는 신세대 해병대원들에게 이번 북한의 포격도발은 불법적, 비윤리적, 비합리적이었다. 이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포연 탄우 속에서 1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생사를 돌보지 않고 즉각적인 대응 사격을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부상 전우를 남겨 두고 도망친 북한 포병의 전투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용맹스러운 대한민국 해병대원이었으며 자랑스러운 대한의 군인이었다.
국방일보 / 2011.01.06  hi2hong@paran.com


  1.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해병대가 6·25전쟁, 월남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얻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창설 이후 6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역경에서도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선배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천안...
    Date2011.09.22 Views3424
    Read More
  2. 땅 속 깊은곳 잠들어 있는 영웅들을 찾아서

    그때의 젊은 병사는 오늘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까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차가운 땅 속에서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던 그 젊은병사. 그의 시신은 이 나라가 물이 흐르듯 그렇게 유지되어온 나라가 아니라고 ...
    Date2011.09.22 Views2801
    Read More
  3. 해병대 병영문화 개선과 해외파병

    한동기 해병대 중령 / 국방대학교 PKO센터 요즘처럼 해병대가 대중 매체에 자주 오르내린 적은 베트남전에서 ‘신화(神話)를 남긴 해병’의 전공을 세운 이후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좋은 일로 그래야 할 텐데, 그렇...
    Date2011.09.14 Views3103
    Read More
  4. 해병대 전문작가 김환기에게 듣는 스타 현빈, 해병 김태평

    지난해 말 연평도 포격 사건을 시작으로 총기 난사 사건, 그리고 현빈의 해병대 입대까지. 근래만큼 해병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적이 없는 것 같다. 3년 동안 포항과 김포, 서해 5도를 돌며 해병대를 취재해온 ...
    Date2011.09.02 Views3513
    Read More
  5. 국민기대 부응하는 병영문화 - 공정식

    공정식 전해병대사령관님께서 국방저널 9월회에 특별기고한 글입니다. 국방저털 전자북에서 캡춰하였습니다.
    Date2011.09.01 Views2641
    Read More
  6. No Image

    인천상륙작전의 강의안 - 김현기

    인천상륙작전의 강의안 / 해병대전략연구소 김현기 序 論 1. 연구 배경 ▲ 전장에서의 기습효과의 중요성 ㅇ 전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주도권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 ㅇ 기습의 파급효과 - 물리적 효과, 심리적 ...
    Date2011.09.01 Views4735
    Read More
  7. No Image

    통영상륙작전과 한국 해병대

    '한국군이 단독으로 수행한 최초의 상륙작전... 전세(戰勢)를 역전시키는 불씨를 지핀 전투" <코나스넷 김성만> 해병대는 6.25전쟁 당시 한국군 단독 상륙작전으로‘귀신 잡는 해병’이란 신화 탄생시킨 통영상륙작전 ...
    Date2011.08.25 Views2697
    Read More
  8. 통영상륙작전의 교훈

    국방일보 기고 2011.8.16 - 엄영환 해군중령 / 해군대학 상륙작전 교관 내일(17일)은 우리 해군·해병대가 통영상륙작전을 수행한 지 6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작전은 6·25전쟁 초기 우리 국군이 단독으로 실시한 최...
    Date2011.08.15 Views3415
    Read More
  9. 해병대는 ‘상륙기동군’이고 싶다

    7월 4일 인천 강화도에 주둔한 해병대 2사단(청룡) 예하 부대에서 한 소대원이 동료 네 명을 쏴 숨지게 하자 “소수정예를 자랑하 는 해병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군을 안다...
    Date2011.08.14 Views3563
    Read More
  10. 통영상륙작전 - 문화일보 오후여담 / 김종호 논설위원

    <문화일보 김종호 논설위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水軍)의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진주대첩·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 대첩으로 일컬어진다. 1592년(선조 25년) 7월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
    Date2011.08.08 Views4552
    Read More
  11. 서해5도 이상없다

    안승환 이병 / 해병대6여단 지난달 12일 한미연합기동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 훈련은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근무하는 한국 해병대와 미국 해병대가 함께 훈련을 받으며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파트너십...
    Date2011.08.06 Views3654
    Read More
  12. 이제부터는 해병대를 사랑으로 품어주자

    이세영 건양대학교 국방공무원학과 교수 지난달 4일 우리들은 강화도에서 들려온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을 접하게 된다. 2005년 6월에 전방부대에서 발생했던 끔찍했던 총 격사건을 잊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만 금번 ...
    Date2011.08.05 Views2829
    Read More
  13.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시론 -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 국방일보 2011.7.27 신원배 (예)해병대소장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총장 #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3년 7월 23일, 유엔군 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북한군 대표 남...
    Date2011.07.27 Views2607
    Read More
  14. No Image

    다시 태어나는 해병대의 모습을 보이길

    <대한매일신문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귀신도 잡는다는 우리나라의 해병대가 구타와 폭언 등 후진적인 군기문화를 퇴출시키기 위해 최근 발생한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혁신 100...
    Date2011.07.25 Views2618
    Read More
  15.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 안하면 戰場 선봉에 설 수 없다"

    해병대 사령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 각계 200여명 참석 - 金국방 "구타는 식민 잔재"… 현역 부사관 "期數는 악습" 어떤 대안이 논의됐나 - 가혹행위 땐 붉은명찰 떼고 해당 부대는 해체, 재창설 <조선일보 유용원...
    Date2011.07.24 Views36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