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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보급된 후 개량을 거쳐 현재도 사용 중인 미키 마우스 부츠(오른쪽)와 설장위장·단열 등
을 고려해 흰색으로 만든 버니 부츠. 필자제공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선에서는 슈팩이라는 우수한 방한화가 애용됐으나 이것도 방한 성능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새로운 방한화가 개발됐다. 1948년부터 1951년까지 미 육군과 해군·해병대가 모두 방한화를 개발했으나 그중 가장 먼저 결과물을 도입한 곳은 해군과 해병대였다.

 미 육군은 새로운 방한화 후보들이 육군의 행군 조건에 버티기 힘들다며 거부했지만 해군·해병대는 일반 기후 기준으로 만든 행군 조건은 혹한기에는 맞지 않는다며 개발을 계속한 것이다. 특히 1950~51년 겨울에 한국 전선에서 미 해병대가 겪은 무수한 동상 부상자는 해병대에게 우수한 방한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51년 가을, 미 해병대는 새로운 방한화를 한국 전선의 제1해병사단에 지급한다. 정식 명칭은 ‘단열 고무 전투화’였지만 아무도 이런 딱딱한 이름을 쓰지 않았다. 새로운 방한화는 병사들에게 ‘미키 마우스 부츠’라는 애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두툼한 모양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발 모양처럼 보였던 것이다. 어느덧 정식 명칭은 누구도 기억 못하지만 이 재미있는 애칭은 완전히 정착돼 오늘날까지 통용된다.

 미키 마우스 부츠의 원리는 단순히 고무와 단열재를 이용해 추위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발은 두 겹의 고무층 사이에 1인치(약 25㎜) 두께의 섬유 단열재를 삽입한 구조로, 전통적으로 방한화 안에 들어가 발에 접촉하는 단열재나 밑창이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단열재가 발에서 나오는 땀에 의해 젖는 일도 없고 또 단열재가 함유하는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공기에 의한 단열 효과까지 얻는다. 이로 인해 기존의 슈팩보다 더 오랫동안 열이 유지되는 데다 신발 내부도 벗으면 상대적으로 빨리 말라 동상 예방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키 마우스 부츠가 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발에서 나오는 땀이 방출되지 않으므로 주기적으로 신발을 벗고 발을 말려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6·25전쟁 당시에도 미군은 전선에 가급적 난방이 갖춰진 ‘발 건조 텐트’를 설치해 병사들이 양말·신발을 말리는 고통을 줄이려 했다. 그나마 미키 마우스 부츠는 기존 방한화와 달리 양말을 한 겹만 신어도 됐기 때문에 덜 불편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또 지급이 시작된 51년 후반기부터의 전투는 기동전이 아닌 고정 진지전이 보통이어서 발 건조 텐트 등의 설비를 갖추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도 다행이었다.

 미키 마우스 부츠는 지금도 개량을 거쳐 미군의 장비로 남아있다. 검은색의 기본 미키 마우스 부츠는 영하29도(섭씨)까지 견딜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추운 곳에서 사용하기 위해 보다 두껍게 만든 강화형이 등장했다. 설상 위장과 단열을 고려한 흰색의 두툼한 모습으로 ‘버니(토끼) 부츠’로 불리는 이 신형은 영하51도(섭씨)까지 견딜 수 있다.

 60년대에 이 두 방한화에 새로운 특징이 추가됐다. 바로 공기 밸브다. 공기 밸브는 항공 수송을 위해 만든 것으로, 항공기에서는 미리 열어둠으로써 단열층의 기압이 외부 기압과 같아지게 한 것이다. 항공 수송 시 기압차로 인해 파손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항공수송이 일반화된 60년대부터의 상황에 따른 것이다.

<국방일보 2012.1.8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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