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진정 잠수함 강국인가? (1) - 국방일보 2012.12.3

 

어뢰 4발로 英 순양함 격침 영국은 ‘기뢰로 침몰’ 오판

  영국에서 발행되며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군사전문지 ‘Jane's Fighting Ship’을 보면 조금은 의아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각 국가의 해군 무기체계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첫 장(章)을 장식하는 것이 강렬한 위압감을 자랑하는 10만 톤짜리 항공모함도, 강력한 무장을 자랑하는 일만 톤급의 순양함도 아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예외 없이 보일 듯 말 듯 물 위에 드러난 거무칙칙한 둥근 선체, 바로 잠수함이 등장한다. 이는 무기체계로서 잠수함의 위상을 말해주며, 이렇게 잠수함의 위상을 끌어올린 사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 1, 2차 세계대전에서 보인 독일 U-보트의 맹활약 때문일 것이다.

‘최초’와 ‘최신’…  獨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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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최초로 어뢰로 순양함을 격침한 독일의 U-21 잠수함(위 사진)과 2005년 취역한 독일해군 최신
예 212급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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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해군대령

▶현대 디젤 잠수함의 원조는 독일이 아닌 미국?

● 당시 잠수함이 가솔린엔진에서 디젤엔진으로 발전한 것은 디젤잠수함에 원자로를 탑재한 것과 같은 기술적 혁명

 사실 디젤 잠수함은 1912년에 미국에서 잠수함에 디젤엔진을 탑재하면서 건조가 시작됐다. 이전 잠수함에 사용되던 가솔린 기관은 사용연료가 가솔린이어서 발화점이 높아 화재위험이 컸고, 연비도 낮아 장거리나 대양 항해에는 부적합했다. 이와 비교해 발화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유(디젤유)를 사용하는 디젤기관은 안전성과 신뢰성이 높은 데다 연비도 좋아 잠수함의 항속거리를 크게 향상시켰다. 독일의 루돌프 디젤연구소에서 연구한 디젤엔진을 미국 잠수함에 적용했다는 점도 역사적 아이러니다. 미국에서 잠수함에 디젤엔진을 장착하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 해군의 전쟁 영웅으로 부상한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었다. 잠수함에 디젤엔진이 탑재된 사실은 잠수함 역사에서 보면 디젤잠수함에 원자로를 탑재한 것과 견줄 수 있는 정도의 기술적 진보였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당시만 해도 잠수함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 독일은 영국의 막강한 함대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잠수함을 선택

  당시 해전의 중심은 중무장한 대형 전함이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각국은 국가 총생산의 0.1%에 해당하는 고가(高價)를 지불하면서 2~3만 톤에 이르는 대형 전함(戰艦)들을 건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시기 최강의 전함 보유국은 경쟁국인 독일에 비해 2배의 전함 총톤수를 갖고 있던 영국이었다. 영국의 상대국이던 독일은 이러한 영국의 지배권에 도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러한 독일의 노력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 막강한 육군을 유지해야 하는 독일이 막대한 경제력과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건함(建艦)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독일은 영국의 막강한 함대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고민하게 됐는데 그 하나로 잠수함을 선택했다.
 

▶영국은 잠수함을 비열한 무기체계로 폄훼해 재앙 초래

 독일이 잠수함 전력을 증가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자 당시 세계의 해양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잠수함을 부정적이고 비열한 무기로 간주하면서 잠수함에 의한 공격을 야만적인 행위로 비난하는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것은 영국이 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뚜렷한 무기체계가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으며 이러한 현실을 토대로 1907년 헤이그 평화회담에서 잠수함을 포함한 모든 전투함의 교전 규칙을 ‘군함이 적국의 상선을 격침하고자 할 때는 정선(停船)시킨 뒤 경고를 하고 승무원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후 격침한다’는 합의사항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합의는 나포한 인원을 태울 공간도 없고, 이 사람들을 자국(自國)의 항구까지 호송할 수도 없는 잠수함은 공격하지 말라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합의를 할 경우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독일해군의 지휘부도 이것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이는 그 당시 잠수함이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험적으로 실전에 투입한 잠수함, 세계를 놀라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독일해군은 이왕 잠수함을 만들었으니 한번 투입해 보자는 심정으로 잠수함을 실전에 투입한다. 이때까지도 이들은 아직 자신들이 역사를 바꿀 보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최초의 어뢰공격에 의한 U-21의 영국 순양함 격침

 1914년 9월 5일, 훗날 독일과 유틀란트 해전을 치르게 될 대영 함대사령관 제리코 제독은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스카파 플로(Scapa Flow)에 제2전투전대만을 입항시키고, 나머지 함대를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로취유(Loche Ewe)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영국의 움직임은 독일해군의 잠수함 U-21 함장 오토 헤르싱(Otto Hersing) 소령에게 관측되고 있었다. 당시 20대 후반에 불과했던 오토 헤르싱 소령은 거대한 함대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으나 그의 젊은 피는 계속해서 공격 욕구를 분출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잠수함은 필요에 따라 잠시 수중에 머물 수 있는 가잠함(可潛艦) 수준에 불과했고, 어뢰 속도도 20노트(시속 36㎞) 정도에 불과해 공격의 결과에 대해 그리 신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의 잠수함으로도 수상함을 공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오토 헤르싱 소령이 지휘하는 독일 잠수함 U-21은 영국 함대에 접근하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함대의 측면을 보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한 척의 영국 순양함을 향해 4발의 어뢰를 발사했다. 공격을 감행한 후 이어지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이었다. 당시 잠수함에는 음파탐지기(소나)가 없었으므로 어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오토 헤르싱 소령의 초시계 바늘이 ‘0’을 가리킬 때, 영국 순양함 패스파인더(Pathfinder) 함은 대폭발에 휩싸였고, 침몰과 동시에 승조원 296명 중 259명을 수중으로 끌고 가 버렸다. 곧바로 U-21의 승조원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오토 헤르싱 소령도 잠망경을 통해 불타오르는 영국의 대형 순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수함이 드디어 실전에서 전과를 남긴 것이다. 당시 해상 상태가 좋지 않아 영국함대는 이것이 어뢰에 의한 공격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순양함의 침몰 원인이 떠내려 온 기뢰(機雷)에 의한 것으로 판단할 정도였다.

*다음 회에 계속 mksnavy@naver.com 


잠수함 퀴즈
209급 잠수함 중 2008년 림팩훈련에 참가해 한국해군 두 번째로 81㎞ 이격된 표적에 대해 잠대함 미사일을 명중시킨 잠수함의 이름은 무엇인가?
지난주 정답: 정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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