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억센 바람 맞으며 조국을 가슴에 안고 젊음을 바쳤다는 그들, 난 그처럼 감동적인 글을 써 본 적이 없어 눈물이 났다.

 

김주영.jpg 사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로 한가운데를 어깨를 쭉 펴고 담대하게 걸어가는 사내다운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물어보아도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토로할 수 있는 젊은이를 만나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팔뚝에 피가 철철 흐르는 부상을 입고도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젊은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연약하여 행군에서 자꾸만 낙오하는 병사를 곁부축하고 끝까지 대오를 가다듬어 주는 젊은 전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과오에 대해 구차한 말로 변명하려 들지 않고 떳떳하게 마주 서며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진정성을 지닌 사내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들 모두는 어딘가 몸을 감추고 숨어 있다. 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좌절과 울분을 욕설과 폭력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젊은
이가 차츰 많아진다. 우리의 젊은이가 무대 위에서 혹은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서 떼지어 모습을 드러내어 노래와 춤으로 땀을 흘리고, 군대에 가지 않고 돈벌이를 계속하기 위해 가차없이 생이빨을 뽑아 대거나 어깨를 탈골시켜 입영 부적격 판정을 받아내려 하는 사이 북한의 젊은 군대는 우리 전함을 순식간에 두 동강내 버렸고, 대낮에 연평도의 면사무소와 군부대를 정조준해 포격을 가했다.


어떤 정당이 전쟁이냐 평화냐를 내걸어 선거에서 재미를 보고 있던 사이 북한의 정권은 불바다를 협박하며 핵 개발을 하고 있었다. 남한의 돈을 받아 핵 개발을 하고 있는데도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소리치는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거칠고 위축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좌파 편을 들거나 동조하는 세력은 진보적이고 똑똑하지만, 보수를 옹호하는 사람은 미련하고 딱지 덜 떨어진 얼치기로 취급받는다.


젊은이는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인데, 젊은이다운 열정과 모험심을 가진 사나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험을 선택하기에는 애초부터 손발 저려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래서 그 어려운 길을 가기보다는 병아리처럼 차라리 어미 닭의 날개 속으로 숨어들기를 선택한다. 불의를 목격하면 비분강개하는 의협심을 가진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나이란 말은 사전에 있어도 진짜 사나이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과 보람과 용기를 안기는 젊은 사나이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화염이 치솟는 포상을 뒤로 하고 자주포에 올라탄 해병을 우리는 기억한다. 구급차에 오르지 못한 전우를 들것에 싣고 의무실을 향해 내달린 네 명의 해병도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가는 길에는 적의 포탄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피격 현장의 공포를 어찌 글 몇 줄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철없는 세대인줄로만 알았던 그 젊은이들이기에, 그들의 질주는 너무나 눈물겹다.


연평도 포격에서 부상하고 전역한 김용섭씨는 다시 입대한다면, 해병대에, 그리고 연평도로 가겠다고 한다. 그때 연평도에 주둔했던 병사 대부분이 다시 연평도로 가겠다는 결연한 결심을 가지고 있다.
정말 갸륵한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아닌가.
그들의 사진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먼 훗날 누군가 스무 살 시절 어디서 무얼 했느냐고 묻는다면, 연평도 억센 바람 맞으며 조국을 가슴에 안고 젊음을 바쳤다고 말
하리라.”
나는 그 글귀에 눈물이 난다. 명색이 작가란 나는 그처럼 감동을 주는 글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의 힘을 빌려 말 같잖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사이 우리들 이름 없는 젊은 용사들은 목숨을 걸고 다시 전장으로 뛰어 드는 용기와 사명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온갖 행태를 저질러도 그들 젊은이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한 목숨을 나라를 위해 명예롭게 바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작가 이외수 씨는 “나는 비록 늙었으나 아직도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길 힘은 남아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나 역시 그의 생각에 전폭적인 공감을 보낸다. 사실 그에게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길 힘만 있는 게 아니다. 나무젓가락을 던져 벽을 뚫는 괴력을 그는 가지고 있다.

지난해는 북한이 대한민국에 아주 심각한 국가적 화두를 던져 주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지난해 그들이 저지른 만행이 없었더라면, 종북 좌파들은 더욱 기세등등했을 것이고, 북한의 핵이 누구를 겨냥해서 진화되고 있었는지 그 음모의 속내를 끝내 탐지해 낼 수 없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젊은이 중에서 진짜 사나이란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지 판별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평화는 평화로 지켜야 한다’ 그럴듯하지만 교묘한 구호에 현혹돼 갈피를 잡지 못했을 것이 다. 이제 그들의 음모와 계략이 만천하에 노출돼 있으매 우리의 젊은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해병대지 33호>

 

<소설가 김주영은 1939년 1월 경북 청송군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후 1971년 ‘월간문학’에서 ‘휴면기’로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1980년 신문에 역사소설 ‘객주’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역사 인식의 틀을 제시했다는 호평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 이어‘ 화척’,‘ 홍어’,‘ 아리랑 난장’,‘ 멸치’ 등의 작품이 큰 호평과 함께 인기를 얻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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