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결 대위 해병대1사단
나는 사단 공보정훈활동을 계획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특히 장병들의 정신전력과 군인정신을 어떻게 배양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 마침 국방정신전력원에서 주관한 군인정신리더과정에 참가하는 기회가 주어져 2주간 교육을 받았다.
이번 프로그램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전·사적지 답사였다. 교육생들은 답사에 앞서 전사를 연구하고 발표했다. 이어 1박2일간 금산 칠백의총(연곤평전투), 국립진주박물관(진주성전투), 남원 만인의총(남원성전투), 논산 계백장군유적전승지(황산벌전투)를 방문했다. 순국선열들의 호국 의지와 군인정신을 보고, 느끼고, 들으며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사적지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답사한 전·사적지의 순국선열들은 모두 수적 열세였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았다. 700명의 의병이 1만5000 왜군을 상대한 연곤평전투, 6000명이 9만 왜군에 맞선 제2차 진주성전투, 1만2000명이 5만6000 왜군과 싸운 남원성전투, 5000 백제 결사대가 5만 신라군과 치른 황산벌전투까지.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명백히 불리함을 알고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적게는 3배, 많게는 20배가 넘는 병력 차이로 패배와 죽음이 유력한 상황. 그들은 무엇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것일까?
칠백의총 전사 연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선조수정실록』에 따르면 연곤평전투에서 전사한 조헌 선생은 “오늘은 한번 죽음이 있을 뿐이니, 의(義)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고 병사들을 독려했고, 의병들은 이에 응답해 분전했다. 순국선열들은 조국과 국민을 지키는 일이 당연히 옳은 일이기에 ‘의’를 위해 임전무퇴 정신으로 싸운 것이다.
나는 국군의 존재 가치를 고민해봤다. 결국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정의’, 그리고 최고의 가치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해병대의 일원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투사되는 상륙작전 특성상 작전이 시작되면 물러날 곳이 없다. 순국선열들이 보여준 임전무퇴의 기상으로 싸워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인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번 전·사적지 답사는 이러한 군인정신을 다시 한 번 체득하고, 신념화하는 계기가 됐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존재 가치를 고민하고 군인정신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사의 현장을 꾸준히 방문하고 전사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도시가 전·사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부대 또한 주둔지 근처의 포항 학도의용기념관, 영덕 장사상륙작전기념관 등으로 안보현장 견학을 하고 있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전·사적지를 방문해 군인정신을 함양하고, 군인으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성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