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중위 해병대2사단 백호여단
해병대 일원이 된 지 2년이 돼가면서 전역이 다가오고 있다. 사계절이 두 번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그 과정은 천천히 흘러가나 끝으로 다다를수록 가속된다.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과연 나는 해병대 장교로서 떳떳한 군 생활을 해왔는지 돌이켜본다.
공보정훈장교로 정신전력 교육을 주관하면서 자주 교육했던 개념은 바로 해병대 핵심 가치다. 해병대는 핵심 가치를 통해 장병들을 일치단결시켜 위기 극복을 위한 구심점을 잡는다. 또 해병대 일원으로서의 정체성과 상호 신뢰, 소속감을 강화해 준다.
해병대 핵심 가치 ‘충성·명예·도전’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교육한 단어들이다. 단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사고·행동 지표로 삼고, 정해진 답 없이 각자 다른 형식으로 내면화해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을 매번 강조했다. 과연 교육자인 나는 이를 잘 갖추고 내면화해 행동으로 녹아들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봤다.
먼저 첫 번째 핵심 가치인 ‘충성’은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이자 국가, 국민, 해병대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언가에 대한 믿음과 충성이었다. 그러나 그 무언가를 정의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군 생활의 끝이 보이면서 골똘히 생각해본 결과 그 무언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자신을 굳게 믿고 삶에 충성해 주위에 휘둘리지 않으며, 온전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내가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명예’는 해병대 역사와 전통에 자부심을 갖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긍심과 자기 확신이다. 지금도 항상 생각하고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고사성어는 ‘언행일치’다. 자신이 말한 것은 반드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말은 행동을 위한, 행동은 말을 위한, 서로의 약속으로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말이나 계획으로 정해진 약속은 반드시 행동으로 지켜내고, 행동한 것은 거짓 없는 말로 책임짐으로써 분명한 믿음을 얻었고 이는 곧 나의 명예로 귀결됨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도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함 없이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나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음가짐이다. 우리의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해병대에서 나를 시험하는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한다는 자세로 받아들임으로써 배우고 성장하며 더 나은 나에게 향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해병대 핵심 가치는 조직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로 나아가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내면화할 수 있다. 해병대라는 조직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 핵심 가치들을 안고 사회로 향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조국 수호를 위해 힘써주는 국군장병 모두가 자신만의 핵심 가치를 갖고 꿋꿋이 걸어가기를 바란다.<국방일보 인터넷 진중문고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