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원사 해병대6여단 포병대대
지난 10여 년간 백령도에서의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해병대6여단에서 두 번째 근무이던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을 겪으며 장기간 최고도의 작전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러한 고난과 위험을 함께 이겨내야 했습니다. 상황이 점차 고조돼 대피소에서의 생활이 수 개월간 지속됐고, 두 아들과 함께 전쟁의 두려움을 견뎌냈던 그 시절을 아내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합니다. 가족과 해병대, 그리고 백령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이곳 백령도에서 군 관사 이장을 맡아 장병 가족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항상 솔선수범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천시 옹진군수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두 아들은 저와 아내, 군 가족, 등·하교 시간 해병대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해병대의 끈끈함에 친숙해져 갔습니다.
백령도에서의 두 번째 근무를 마치고 첫째 아들(김민석)이 입대할 나이가 됐습니다. 아들은 망설임 없이 해병대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병대의 훈련 강도와 다양하게 요구되는 전문성을 과연 아들이 견뎌낼 수 있을지 아버지로서 우려돼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결정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들은 확고한 의지로 2019년 8월 병 1249기로 해병대에 입대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첫째 아들은 백령도에 배치됐으며, 저와 같은 포병 병과로 K9 자주포 포수·조종수 임무를 완수하고 자랑스럽게 전역했습니다.
형이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3월 둘째 아들(김민혁)이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 병 1279기로 해병대에 입대했고, 첫째 아들과 마찬가지로 백령도에 배치됐습니다. 둘째 역시 K9 자주포 조종수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형이 포병교육대에서 만든 교육 노트를 보며 주특기를 숙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두 아들이 모두 같은 군에서, 같은 병과로 같은 근무지에서 복무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저의 발자취를 함께 걸어준, 걷고 있는 아들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두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해병대에 입대할 것을 결심했느냐? 백령도에 와서 다른 이들보다 더욱 긴장된 상황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후회하지 않느냐?’고. 아들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군인이자 가장으로서 국가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아버지를 존경하며, 가족 몰래 힘들어했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입대를 결심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해병대, 결코 후회는 없습니다.”
해병대 삼부자의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필승! <국방일보 병영의창 기고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