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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서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나와 아버지는 친하지 않았다. 어색한 기류는 둘만 있을 때 더 진해졌다. 어느 날 아버지 옷에 해병대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아버지의 해병대 사랑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항상 같이 다닐 만큼 남다른 애정을 가졌는지는 몰랐다. 그 순간 질투가 났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고민하던 중 한 번 가는 군대인데 의미 없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해병대라는 매개체로 아버지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던 소망 때문이었을까. 아버지가 사랑하는 해병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병대의 미래가 시작되는 교육훈련단 문을 통과한 이후 일주일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솔직히 해병대를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됐다. 모든 게 처음인 이곳은 낯설었고 답답했다.

3주 차 아버지께서 인터넷 편지를 써 주셨다. 부모의 걱정 어린 말이 아닌 훈련단을 먼저 겪은 선배의 조언이었다. 아버지는 우리 해병대의 최대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 아들아, 두려워 마라. 힘들다고 슬퍼하거나 두렵다고 주저하지 마라. 너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해병의 아들이다”는 말씀으로 편지를 마무리하셨다.


공중돌격훈련, 이함훈련, 헬기레펠훈련은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마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내게도 큰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 줬다. 쉽게 뛰어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면 소대장님들이 할 수 있다는 응원을 해 줬는데, 아버지의 편지를 대신 읽어 주는 듯했다.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천자봉 고지 정복이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완전군장을 어깨에 메고 행군을 시작했다. 어깨를 파고드는 군장의 끈을 들어 올리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천자봉 등선에 도착하니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우리 아버지도 이곳을 지나셨을 거야’라는 생각이 스치며 많은 선배 해병이 걸어갔을 이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솟아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천자봉 고지를 정복한 뒤 또 걷고 걸어 교육훈련단 정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른쪽 가슴에는 ‘빨간 명찰’이라는 꽃이 피었다.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힘든 훈련이 끝나서가 아니라 아버지와 언제나 함께한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힘들고 두렵다고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 해병대에 감사를 전한다. 언제나 붉을 나의 ‘빨간 명찰’처럼 도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국방일보 2023.04.12 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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