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
각계 200여명 참석 - 金국방 "구타는 식민 잔재"… 현역 부사관 "期數는 악습"
어떤 대안이 논의됐나 - 가혹행위 땐 붉은명찰 떼고 해당 부대는 해체, 재창설

 

<조선일보 유용원기자> 해병대사령부는 최근 2사단 총기사건 등 잇따른 사건·사고와 관련해 18일 오후 경기도 김포 2사단 '필승관'에서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를 가졌다.

예정 시간을 50분가량 넘겨 2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시종 침통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엔 김 장관 외에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홍두승 서울대 교수 등 민간 전문가, 해병대 장병 185명, 미 해병대 간부 6명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국방장관에서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한자리에 모여 병영문화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그러나 군 수뇌부가 총출동한 때문인지 솔직한 토론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었던 데다 13명의 토론자가 마이크를 잡았지만 토론시간은 1시간에 불과해 대안(代案) 제시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美 해병도 참석해 신상 관리방법 소개

이날 토론회에서 해병대 1사단 신현진 상병은 "기수(期數)가 순기능도 있지만 때려도 되고 맞아도 된다는 사적(私的) 제재 수단으로 갈등을 유발한다"며 "기수문화는 '악습'이 아닌 아름다운 '전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22년간 해병대 부사관으로 근무 중인 해병 6여단의 김기완 상사는 "해병대 전통이 위계질서를 위한 단순한 악습으로 변질됐다"며 "문제점을 알고서도 척결 의지가 부족했고 호봉제(군 입대 후 기간 경과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에 의한 병(兵)들의 음성적 지휘를 묵인하거나 방관했다"고 털어놓았다.

 2011071900182_0.jpg

18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2사단에서 열린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 토론회에 참석한 장병들이 패널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토론회엔 해병대 외에 2사단 작전지역 안에서 근무 중인 육·해·공군 부대 병사 3명도 참석했다. 육군의 한 병사는 "(최근) 사건·사고는 해병대 병영문화에 뿌리박혀 있는 악습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며 "썩은 가지와 튼튼한 가지를 가려내 악·폐습을 척결해 밝은 병영문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군 외부 인사들의 해병대 기수문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해병대 53대대에 근무하는 상병 아들을 둔 한 아버지는 "해병대엔 기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기수문화가 우리 국방력에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상영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은 "입대 15일 차이로 바뀌는 기수가 병영문화의 중요한 틀로 유지되는 게 문제"라며 "공적 채널이 사적 지시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미 해병대 부사령관인 드리스콜 대령은 미 해병대원의 신상 관리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미 해병은 해병의 신뢰와 긍지,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며 "성별, 종교, 인종, 어떤 외모적 이유로도 차별 대우를 할 수 없다.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하지 않으면 전장에서 선봉에 설 수 없다"고 했다.

김관진 장관, 강도 높은 질타

김 장관은 이날 훈시를 통해 "구타나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 등 해병대가 하나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행위는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라며 강도 높은 질타를 했다. 김 장관은 "(총기사건이 난) 지난 4일 이후 마치 착한 모범생이던 내 아들이 알고 보니 비행 청소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친한 친구한테 배신당했다는 생각도 든다"며 "구타와 가혹행위는 식민지시대의 잔재이자 노예 근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진국 군대로 갈수록 선임병의 횡포라는 용어는 없다. 구타가 없다고 해서 전투력이 약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라며 "앞으로 여러분 사이에서 구타, 가혹행위, 집단 행위가 누구로부터 촉발될 때에는 '이 사람이 우리 해병대를 갉아먹는 죄인'이라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런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지 못하면 선진국 군대로 올라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반영해 구타 등 가혹행위를 한 병사의 군복에 부착된 '빨간 명찰'(붉은 명찰)을 떼어내고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며 구타 등이 적발된 소규모 부대는 해체 후 재창설하는 등 고강도 병영문화 혁신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는 가(假)입소기간을 포함한 총 7주의 신병 훈련기간 중 극기훈련이 끝나는 6주차 금요일에 해병대원임을 상징하는 빨간 명찰을 달아주는 의식을 치르고 있어 해병대원이 빨간 명찰을 달지 않으면 사실상 '유령 해병'과 마찬가지 취급을 받게 된다.


TAG •

  1. 서측 도서방어’ 임무 수행

    김 형 일 상병 해병대2사단 3월 말, 말도에 투입됐다가 지난달 중순 대대로 복귀했다. 말도는 생각보다 날씨 변덕이 심했다. 공수교육으로 교대 하루 전에 배가 못 뜰 정도로 비바람이 불다가도 다음 날 아침에는 언...
    Date2016.08.01 Views674
    Read More
  2. No Image

    해병 월남전에 가다 제1진 참전수기

    해병 월남전에 가다 제1진 참전수기 최우식(해간 33기) -제2대대 6중대 1소대장- 1. 출발에 앞서 월남 파병부대로 포항 제1사단 제2연대가 결정된 후 1965년 8월에 접어들면서 월남전을 대비한 훈련은 연일 계속 되었...
    Date2016.06.27 Views3629
    Read More
  3. 동계훈련의 목적

    이해승 (예)해병준장 동계훈련의 목적은 혹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병대 수색대대장 시절 해마다 겨울이면 강원도 산악지역으로 훈련을 갔다. 훈련장에 도착하면 ...
    Date2016.02.28 Views1289
    Read More
  4. 해병이 된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공복철 해병대1사단 공원경 해병 상병 아버지 1월 22일 자에 실린 공원경 해병 상병의 ‘아버지께 부치는 특별한 편지’를 읽고 보내온 글입니다. 네가 해병대에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육...
    Date2016.02.03 Views890
    Read More
  5. 해병대 명예를 잇는다는 것

    권 혁 진 상병 해병대군수지원단 본부대 "군인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군인은 언제나 명예로워야 한다." 이 말은 해병대 창설을 역설한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께서 남긴 말씀이다. 늘 우리가 경례구호로 외...
    Date2016.01.11 Views791
    Read More
  6. 진정한 해병과 민주시민 육성

    이해승 / 예비역 해병준장 해병대에서 31년8개월간 근무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정신이었다. “싸워 이겨야 한다” “주어진 임무는 반드시 완수한다” “불가능은 없다” 등등이 늘 나와 함께했던 정신이었다....
    Date2015.11.12 Views1015
    Read More
  7. No Image

    울릉도 해병대 주둔 결정 매우 잘한 일이다

    충남일보 사설 2015.11.06 울릉도 해병대 주둔 결정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 군이 독도수호를 위해 울릉도에 해병대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울릉도의 해병대 주둔은 그동안 독도를 둘러싼 국인불안해...
    Date2015.11.06 Views2470
    Read More
  8. 해병대·한국조직문화연구회 분대급 전투조직 특성 연구

    과학적 軍조직관리…병영문화 혁신 이끌어 병사·지휘관 패턴, 전투능력에 큰 영향 병사간 소외되는 유형 ‘관심병사’ 파악 유용 지난해 3월 열린 한미연합 상륙훈련에서 가상의 적 해안에 상륙한 한미 해병대원들이 목...
    Date2015.03.10 Views1653
    Read More
  9. 해병대 부대구조 개편개혁, 9여단 및 항공단

    국방부가 국방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제고하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2년마다 발간하고 있는 2014 국방백서에 소개된 해병대 부대구조 개편 계획은 다음과 같다. = 다음 = 해병대는 전략도서 ...
    Date2015.01.13 Views3930
    Read More
  10. [국방일보 인터뷰] 해병대사령부 복지·전직지원실장 권영배 대령

    “전역 간부들 최고의 복지혜택은 취업” 복지·전직지원실장 권영배 대령 “전역 간부들에게 최고의 복지혜택은 취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 계약직, 기간제 근무가 아닌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
    Date2014.07.22 Views3344
    Read More
  11. 병원로비에서 만난 이름 모를 해병에게

    병원로비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그는 대한민국 해병이라고 했다. 입대를 앞둔 요즘 장정들이 경쟁을 해야 들어가는 귀신 잡는 해병대원이 무릎을 다쳐 군 병원의 서울이라 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에까지 온 것이다. ‘...
    Date2014.02.28 Views3562
    Read More
  12. 해병대 부모·가족 커뮤니티…득일까, 실일까

    "비록 마음만이지만 아들과 함께 행군하고 함께 훈련받고 함께 잠듭니다. 이만하면 저도 해병대 가족이죠?" 입소 후 21개월, 위문편지나 잠깐의 면회로만 듣던 아들 혹은 친구의 소식이 매일 들려온다면 어떨까. 몇 ...
    Date2014.02.06 Views10383
    Read More
  13. 자랑스러운 해병대의 창조적 복무를 위해/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데 있다”고 했다. 즉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비극적인 결과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함을 시사해 준다. 예를 들면 북한...
    Date2014.01.21 Views3932
    Read More
  14. 해병대사령부 송예진 일병이 백희진 양에게

    해병대사령부 송예진 일병이 백희진 양에게 사랑하는 백희진씨 안뇽? 난 사랑스런 당신의 남편입니다! 자기야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지 300일이 되었네! 300일이란 시간은 어땠어? 많이 부족한 남자와 300일이란 시간...
    Date2014.01.12 Views4393
    Read More
  15. 아저씨라도 좋다! 그 예쁜 마음 덕분에- 주현욱 해병 일병

    주현욱 일병 해병대교육훈련단 본부대대 “군인아저씨! 죽지마세요. 나쁜 놈들이 우리 집을 부수고 우리를 잡아가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들은 죽으면 안 돼요. 군인아저씨 늘 고맙습니다.” 나더러 아저씨란다. 상큼한...
    Date2013.12.11 Views357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