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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창 일병 해병대 연평부대 



"미국에서 시민권 받고 정착하면 되는데 왜 한국에서 군 생활하며 돈, 시간을 낭비하려는 거야? 지금 안정된 회사와 학교를 포기하면 분명 후회할 텐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미국 유학을 했던 나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던 중 군 복무의 갈림길에 섰고, 나는 미국 시민권 자격을 모두 갖추었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선택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홀로서 왔던 나는 ‘부싯돌은 더 세게 부딪칠수록 찬란한 불빛을 낸다’는 문구를 삶의 좌우명으로, 안정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늘 새로움에 도전하고 이를 성취하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종교·지정학적 갈등으로 위협이 남아 있는 ‘세계의 화약고’ 카타르로 교환학생을 떠났던 일, 화학공학 인턴으로 일하며 프로젝트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밤을 지새웠던 일, 매 순간 어려움에 부딪칠수록 끊임없이 도전하여 강해졌고, 모두가 인정하는 ‘성공 가도(街道)’를 달리며 조금씩 찬란한 인생의 불빛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공허함을 느끼게 된 나는 또 한 번 인생의 성장을 위해 2019년 11월 대한민국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교육훈련단에서 보낸 6주. 하루하루 밀려오는 육체적 한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해병대 정신으로 극복하며 강인한 해병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고의 노력 끝에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연평도 수색대원으로 꿈같은 군 생활을 시작한 뒤, 늘 전운이 감도는 긴장감을 마주한 채 ‘서북도서 절대사수’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부대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는 독서감상문 공모전을 열었다. 공지 글을 읽던 중, 불현듯 하나의 질문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6·25전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학 시절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미국 전쟁사에 열정을 쏟았지만, 정작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포연탄우의 생사를 넘나드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필승(必勝)의 결의로 조국을 수호한 호국 영웅들. 비록 책 속에서 그들을 마주했지만, 그들의 애국심과 호국정신은 나에게 생생하고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이 된 그들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에 엄숙히 머리가 숙여졌고, 동시에 나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인생 최고의 목표라 자부하며 살아온 지난 과거를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새롭게 다짐했다. ‘견위수명(見危授命)’! 위태로운 조국을 구하는 일은 생명을 바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 호국 영웅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의 정의와 자유, 아무런 대가 없이 물려받은 이 평화를 이제 내가 온 힘을 다해 지켜내겠노라고. 칠흑 같은 어둠 너머로 밝아오는 연평도의 아침. 오늘 내 눈에 비친 연평도의 모습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내가 서 있다. “귀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군인인가?” “예, 그렇습니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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